‘낙천자 무소속 출마’ 총선 최대변수

‘4·9 총선’을 26일 앞둔 14일,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거물급 현역의원을 무더기로 공천탈락시키는 등 총선 정국이 ‘공천 쓰나미’ 후폭풍으로 요동치고 있다. 박희태·김무성 의원 등 공천에서 탈락한 한나라당 영남권 현역 의원들은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예정하고 있고, 박근혜 전 대표 역시 “표적 공천”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공천갈등이 당 내홍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도 공천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 선언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이유로 탈락된 것이 억울하다”며 공심위의 공천결과 부결과 재심을 요청했다. 특히 김 최고위원 등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인사들은 이날 오후 여의도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재심 요청이 거부될 경우 탈당 후 무소속 연대 등 집단행동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당 최고위는 공천에 탈락한 인사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었다. 부산에서 탈락한 유기준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지역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박희태 의원도 “대선에 기여한 나를 떨어뜨린 것은 기절초풍할 일”이라며 반발했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표는 “그저께 의원회관에서 얘기했듯이 분명히 잘못된 공천이다. 사적감정을 가지고 표적공천을 한 것이다”고 밝혔다고 이정현 전 경선캠프 대변인이 전했다. 이 전 대변인은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의원분들과 의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잘못된 공천”이라고 비판했지만, 탈당 등 실제 결행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희태 의원이 떨어졌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무조건 불공정하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천에서 탈락한 이인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의 신청을 제기할 것이며,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지역 유권자와 지지자들의 의견을 물어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사실상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신중식·채일병·이상열 의원과 배기운·유인학 전 의원 등도 이날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무소속 출마 등 총선 대책을 논의했다. 신 의원은 “한화갑 전 민주당대표와 오찬을 같이 하면서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무소속 연대로 갈 수도 있고, 가칭 ‘신민주구락부’를 결성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나라당 공심위는 13일 박희태 전 국회 부의장, 정형근·김무성 최고위원, 김기춘·이강두 의원 등 3선 이상 12명과 김재원·유기준·김명주 의원 등 영남권에서 25명의 현역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불출마를 선언한 2명의 의원을 포함할 경우, 영남권 물갈이 비율은 43.5%로 지난 17대 때의 42.8%보다 높다.

한편 민주당도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2차 공천자 4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인제·이상민·김형주·이근식·이원영·김영대 의원 등 현역 6명을 탈락시켰다.

유병권·김충남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