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평등·협동의 표상이라고?

평등과 협동의 모범적 사례로 널리 알려진 개미의 세계도 알고 보면 일부 엘리트 개미들의 농간으로 왕통이 조작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영국 리즈대학과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연구진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개미들은 집단의 이익을 개체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이들의 세계도 속임수와 이기심, 부패로 얼룩져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5개의 가위개미 집단을 대상으로 각 개체들의 DNA 지문을 조사한 결과, 왕실 유전자를 가진 일부 수컷들이 자기 자식을 여왕으로 만들기 위해 선택적으로 유전자를 퍼뜨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특정 애벌레가 여왕이 되느냐 못 되느냐는 대부분 아비가 누구인 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대다수 학자들은 많은 애벌레 중 누가 여왕이 되느냐는 양육방식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믿어왔다. 즉 여왕감이 될 애벌레는 특수한 먹이를 집중적으로 먹음으로써 여왕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왕실 유전자를 지닌 수컷 개미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 뿐 아니라 다른 집단까지 돌아다니며 자식을 퍼뜨려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집단마다 왕실 혈통을 가진 애벌레는 드물게 존재하는데 이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대부분의 일개미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된 진화 전략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개미나 벌 같은 사회적 곤충들을 연구할 때 이들 사회에서 협동심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깊이 들여다 보면 갈등과 속임수가 판을 치며 그 주범은 왕가의 혈통을 가진 소수”라고 강조했다.
김도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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