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후폭풍’ 총선판 요동

‘4·9 총선거’ D-26일인 14일 공천 심사에 탈락한 현역의원들의 탈당 및 총선 출마선언이 잇따르면서 각 정당들의 공천 후유증이 심화되고 있다.

영남권에서 절반에 가까운 현역의원을 교체한 한나라당은 친(親)박근혜계 탈락자들을 중심으로 ‘공천 불복’과 탈당, 제3의 총선기구 구성을 논의하는 등 극심한 공천 내홍을 겪고 있다. 통합민주당도 구(舊) 민주당 인사들이 공천탈락자 모임을 결성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공천은 청와대가 기획한 밀지(密旨)공천”이라며 “청와대 결재를 받는 공천이 이뤄졌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탈당을 선언한 뒤 “이번 공천만큼 무원칙적으로 진행된 공천이 없었다”며 “이재오, 이방호가 공천개혁을 빙자해 ‘박근혜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얼토당토 않은 얘기로 황당하다”며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에서 한 근거 없는 발언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친박계 인사들은 이날 여의도에서 개별모임을 가진 데 이어 15일 친박계 전체 모임을 열어 행동을 함께 하기로 결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적 감정을 가지고 한 표적공천”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박 전 대표는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밤늦게까지 김무성·김재원 의원 등 핵심측근들과 대책을 숙의했다.

박 전 대표는 탈락자들을 만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청원 전 대표는 “친박 의원들이 박 전 대표에게 탈당 및 신당창당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오늘 내일쯤 본인이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총선구도는 물론 향후 정치권 지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탈당 등을 실제 결행할지는 미지수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공천을 받은 친박계 인사들이 박 전 대표 거사에 동참해야 충격이 큰데 실제 그럴 사람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내정한 118명의 추가 공천자 중 110명의 공천을 의결하고, 8명은 보류했다. 한나라당은 245개 지역구 가운데 216곳의 공천을 마무리했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신중식·이근식·이상열·채일병 의원과 배기운·유인학 전 의원 등은 16일 ‘민주평화연대(가칭)’를 구성해 총선에 대비키로 했다. 신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와 총선 이후의 정치질서 재편에 대비하기 위해 ‘민주평화연대’를 출범시키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이인제·이근식·이원영·채수찬 의원 등은 공천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유권자의 뜻을 묻겠다”며 탈당 및 총선 출마의사를 밝혔히는 등 민주당은 하루 종일 공천 후유증에 시달렸다. 14일 현재 민주당은 103곳에 대한 공천을 마쳤다.

유병권·김충남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