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에 ‘M&A 기준 완화령’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기준 완화령’이 내려졌다.

백용호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M&A담당 관료들에게 “인수합병에 따른 기업결합은 시장경쟁의 결과”라며 “앞으로는 너무 엄격하게 심사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불려온 유진그룹, 두산그룹 등에 앞으로 ’공정위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자회사인 KTF와의 기업결합을 앞두고 있는 KT도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26일 “국제화, 개방화가 가속화되는 글로벌시대를 맞아 시장의 외연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인수합병(M&A)에 따른 기업결합에 적용돼온 기준을 고쳐야 한다고 백위원장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현재 ▲시장집중상황 ▲경쟁제한 가능성 ▲공동행위 가능성 ▲해외경쟁도입수준 ▲신규진입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백위원장의 관련 지시로 공정위는 이같은 기준을 전향적으로 완화, ▲동종업종 기업간 결합인 수평결합 ▲수급관계 기업간 결합인 수직결합 ▲이종업종 기업간 결합인 혼합결합 등에 적용,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특히 기업결합때 시장집중도가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경쟁제한성이 없는 것으로 추정해 간이심사절차를 적용, 원칙적으로 신고 후 15일 이내에 승인해주는 ‘안전지대(Safe Harbor)’제도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경쟁회사의 수출비중이 높고 국내 가격인상 등에 대응해 수출물량을 내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 해당 기업결합 심사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을 낮춰 평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위원장은 앞서 업무보고와 워크샵에서 공정위 직원들에게 “새정부의 경제철학을 공정거래제도 운영에 반영하는 방안에 대해 능동적인 자세로 고민해 달라”며 “각 분야별로 진입제한, 가격규제, 영업활동 제한 등 경쟁을 제한하는 정부규제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