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View >“한국은 亞 모델국가… 세계 난민에 관심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김동훈기자

이명박정부가 북한인권 및 탈북자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발언하며 적극적 보호의지를 피력함에 따라 주한외교가 및 서울에 파견된 유엔 산하 국제기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한국정부의 대북 정책변화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탈북자를 비롯한 세계각지의 난민지원 및 정착활동을 벌이고 있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제니스 린 마셜(54) 한국 대표를 31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이명박시대의 탈북자 및 글로벌 난민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1. 글로벌 난민 시각에서 탈북자문제 접근하라

―이명박정부가 북한인권개선 및 탈북자 수용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그간 북한인권 및 탈북자 문제에 대해 한국의 진보 진영인사들은 침묵했고, 보수파인사들은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등 차이가 있었는데 이제 한국의 새정부가 적극적인 발언을 하고있어 기대됩니다.”

마셜 대표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서울주재 대표답게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변화 등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새정부가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명박정부는 최근 유엔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혔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UNHCR는 언제든 유엔 인권결의안에 대해 지지해왔죠. 그게 북한이든 쿠바든 간에 인권관련결의안이 해당국의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명박정부가 유엔인권위의 대북인권 결의안을 지지한 것은 북한인권해결에 있어 긍정적이고 놀라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사람들은 중국 등 제3국에서 탈북자문제가 외교적 논란이 될 때마다 UNHCR가 해결사 역할을 해줘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우리의 존재 이유죠. 우리는 주재국 정부와 협력해 탈북자들을 구하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우리는 탈북자들도 국제난민의 일부로 생각해 이들이 가장 안전하게 제3의 정착지를 찾도록 지원해왔습니다.”

―한국사람들은 탈북자문제에만 관심을 갖고 있을 뿐 글로벌 난민문제에 대해선 무심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견해는?

“한국인들에게 탈북자문제가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으로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아프간과 이라크, 르완다 등에서 발생한 수많은 난민들이 지구촌을 떠돌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제 탈북자뿐 아니라 글로벌 난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난민문제는 글로벌시대의 핵심이슈입니다. 개별국가만의 힘으로는 풀 수 없기 때문에 국제연대가 필요합니다.”

#2 세계 난민들에게 한국은 배워야 할 모델국가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 간에 글로벌 난민정책에 대한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지 한달밖에 안되기 때문에 아직 크게 뚜렷하게 나타나는 변화는 없는 상태입니다. 한국에서 난민지위를 얻으려고 세계 50개국에서 700명 정도가 신청중에 있습니다. 이들중 대부분은 미얀마, 네팔, 스리랑카, 중국 등 아시아 출신이고, 더러는 아프리카, 중동 출신도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 새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세계 50개국 난민들이 왜 한국에서 난민지위를 얻으려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민주화면에서 성공한 모범국가입니다. 세계 각국의 난민들은 한국을 따라 배울 모델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체류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얀마 난민들은 한국의 민주화 성공스토리를 배우고 싶다는 애기를 많이 하더군요.”

―난민문제에서 가장 모범이 되는 국가는 어떤 나라를 꼽을 수 있을까요?

“지구상에 난민 수용에 모범적인 나라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나라마다 제도가 달라 하나의 잣대로 결정하기 어렵습니다만, 제가 태어난 캐나다는 정부에서 독립적인 기구가 난을 판정하며 난민문제에 집중하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평가해줄 만합니다. 뉴질랜드도 난민 수용을 위해 적극적이고 훌륭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난민수용에 있어 아시아의 모델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1951년 난민보호협약에 서명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국내법도 1994년 제정했습니다. 또한 난민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 예컨대 파키스탄은 오랜 세월동안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였지만, 난민협약에는 서명한 바 없고, 태국도 이런 점에서 유사합니다.”

―한국사람들이 결혼이주민이나 난민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난민들은 모국의 역사적 문화적 유산과 자원을 갖고 오기 때문에 이들이 한국에 정착할 경우 한국은 많은 혜택을 입을 수 있습니다. 상대성이론의 창시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난민이었습니다. 최근 브룬디의 한 마라토너가 한국에 와서 난민지위를 신청 중인 것으로 압니다. 이 마라토너를 한국이 받아들인다면 큰 혜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난민은 언제나 가난하고 불행하고 도움을 줘야 할 사람들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때때로 그들은 한국에 엄청난 자원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3 혜택받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도덕적 의무감이 난민지원으로 이끌어

―캐나다에서 난민지원 법률가로 활동하다 본격적으로 UNHCR에 뛰어들게 된 동기를 설명하신다면?

“토론토에서 80년대부터 난민변호사로 일하며 자연스럽게 내 의식이 캐나다에서 전세계로 확장하게 된 것 같습니다. 1991년 UNHCR의 중미 과테말라에서 3개월 단기계약으로 활동했는데 그 일이 힘들긴 했지만 너무 흥미롭고 매혹적이었어요. 이후 다시 3개월을 더 연장해 멕시코지역에서 엘살바도르 난민을 위한 캠프를 만들었습니다. 중미지역은 저를 국제적인 난민지원가로 변화시킨 곳이죠.”

그는 이후 90년대 대부분을 아프리카, 동유럽 분쟁지역의 난민을 위해 보냈다. 종족학살로 유명한 르완다에서는 60만명의 난민을 위해 캠프를 만들고 식수와 음식물을 공급한 적도 있고, 세르비아에서 쫓겨난 코소보난민을 위해 동분서주한 적도 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정부가 코소보 독립을 승인했을때 만감이 교차했다”며 코소보에서의 어려웠던 생활을 회상했다.

―그렇게 어려운 분쟁지역만 찾아다니며 활동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나는 여행하고 배우는 일에 늘 적극적이었고 내 나이가 몇살이 되든 간에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배우며 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30대후반에 UNHCR 일에 도전했고 40대를 분쟁지역에서 보냈죠.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다른 음식을 먹으며 일을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어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뒤 아프리카, 동유럽 분쟁지역에 집중해 난민지원 활동을 벌이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습니까?

“긴급지원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달려가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것이 시민적 의무이자 도덕적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10대 때부터 자원봉사활동에 적극적이었고, 도덕적인 책임감이 강한 편이었어요. 캐나다처럼 모든 혜택을 받은 선진국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도덕적으로 무언가 세상에 기여하고, 행운을 갖지 못한 이들을 위해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인터뷰를 마치며 한국에서 보고 느낀 한국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한국사람들은 한국전쟁에 대한 공동체험이 있기 때문인지 난민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는 듯하더라”면서 “탈북자에 대한 관심이 난민 일반문제로 확장되고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구촌 사람들의 피부를 한꺼풀만 벗기면 모두 똑같은 것처럼 난민문제도 어떤 거창한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 우리 이웃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마셜대표는 누구

195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토론토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난민 및 이주민 지원 법률자원봉사자로 활동하다 캐나다정부의 이주민·난민 위원회 법률자문관이 됐다. 이후 난민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연대가 필요하다고 판단, 캐나다를 떠나 1991년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 중미지역 긴급대응팀에 합류했다. 자메이카 및 쿠바 관타나모 지역에서 쿠바와 아이티 난민을 지원하며 난민전문가가 됐고 1996년부터 제네바 본부 난민법 전문관으로 활동하며 아프리카 르완다, 동유럽 코소보, 구유고연방지역의 난민지원활동을 했다.

2001년부터 UNHCR 워싱턴 지부에서 일하며 중미지역 12개국 난민지원활동을 총괄한 데 이어 2006년 6월 UNHCR 서울에 부임, 한국지부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각국 요리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캐나다의 민족음식 및 각지역 요리법’에 대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UNHCR는 1950년 창설된 유엔산하기구로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 116개국 지부를 두고 글로벌 난민을 위한 지원 협력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지부는 2001년 설립됐다.

인터뷰 = 이미숙 정치부차장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