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막판 ‘돈선거’ 혼탁 양상

4일 4·9 총선 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돈선거, 흑색선거, 관권선거 등 구태선거의 망령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원과 경북에 이어 이날 경북에서 또 다시 돈선거를 한 선거운동원이 구속되고, 후보간 비방과 고소·고발이 잇따르는 등 과열·혼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정부측에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준수를 공식 요청하는 등 ‘관권선거’ 논란 차단에 나섰다.

◆ 혼탁, 과열 조짐 = 경북 문경경찰서는 이날 총선에 출마한 A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며 활동비 명목으로 30만원을 유권자에게 전달한 B(57)씨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A후보측으로부터 선거활동비 200만원을 받은 C(48)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총선에서 금품을 전달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강원 정선에서 선거운동원에게 돈다발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택기 전 후보는 이날 구속됐다.

후보에 대한 비방전도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한나라당 이방호 후보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경남 사천에서는 일부 유권자에게 ‘민노당이 당선되면 사천은 전국에서 종북(從北)지역으로 지목된다’는 발신지 미상의 휴대전화 문자가 전송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또 한나라당 김학원 후보가 지난 2일 부여·청양 총선 후보자 TV 토론회에서 자유선진당 이진삼 후보를 겨냥, “이 후보의 두 아들이 군에 안 갔다”고 밝힌 것에 대해 선진당은 4일 “이 후보 자녀는 1남2녀로 아들은 지난 1986년 육군 중위로 전역했다”고 반박했다.

서울 동대문갑에서 한나라당 장광근 후보와 경합 중인 통합민주당 김희선 후보가 “장 후보가 지역 아파트 여성들에게 여성 비하 및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장 후보는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 관권 선거 의혹 = 최근 기초단체장들이 교묘하게 관권 선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경기도 한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들이 시 행정망을 이용,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중앙선관위 조사를 받은 사례를 들어 관권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민주당 송미화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측은 “TV 토론에서 은평뉴타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해당 구청장이 두 후보를 찾아와 따지고 항의했다”며 은평구청장의 관권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는 이날 고현철 선관위원장 명의로 한승수 국무총리 앞으로 보낸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 등에 관한 협조 요청’ 공문을 통해 “선거가 실시되고 있는 예민한 시기에 고위 공직자가 특정 지역을 연이어 방문해 지역개발 및 예산 지원을 거듭 약속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공무원의 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3, 4일 이틀간 실시된 부재자투표에서 투표 대상자 74만3194명 가운데 68만583명이 투표해 91.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7대 총선의 부재자투표소 투표율 90.5%보다 1.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유병권·권로미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