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서로 ‘잃어버린 내 왕국’

229년에 걸친 역사를 지닌 발해(698~926년)는 어떤 왕국이었는가. 중국의 동북공정에선 발해를 당나라의 일개 지방정권으로 간주, 한국민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발해는 단순히 한국과 중국에서만 서로 자기네 역사라고 우기는 나라가 아니다. 일본 역시 ‘잃어버린 왕국’으로 발해를 기억하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가 1932년 발해의 옛 터인 중국 동북3성에서 출범시켰던 만주국에 대한 기억과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러시아 역시 현 자국 영토 안에 발해의 옛 영토가 겹쳐 있음에 따라 자국의 역사로 끌어들이려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발해에 대한 동아시아 각국의 ‘자국 중심적 역사인식’을 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한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이 최근 번역, 출간한 ‘발해국 흥망사’(사진)다.

저자는 하마다 고사쿠(濱田耕策) 일본 규슈(九州)대학 교수. 일본 내 한국 고대사 전공자로 널리 알려진 저자는 고왕 대조영의 건국부터 말왕 대인선대의 멸망까지 발해국의 역사를 파노라마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단순한 왕조 구분에서 벗어나 ‘무(武)의 시대’(698~762년), ‘문(文)의 시대’(762~823년), ‘부(富)의 시대’(823~870년), ‘상(商)의 시대’(870~926년), ‘왕국의 해체’ 등으로 시기를 구분, 해당 시대의 특질을 담은 ‘흥망(興亡)사관’으로 발해사를 그려내고 있다.

또한 현대 중국의 발해사에 대한 주장과 일본의 만주사 속 발해 인식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 즉, 발해 역사를 주변 나라에 종속시키지 않고 주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발해사를 전개해 간 발해의 인물들을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발해가 전개한 정치·군사·경제·제도·대외교류의 맥락을 잘 짚어내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측은 “이 책을 계기로 앞으로 발해사 연구방법론의 대안적 시각이 다양하게 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