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까지 팔팔하게 99팔팔>“좋은 사람과 즐겁게 얘기하며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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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누구나 건강을 자신할 수 없죠. 그래도 이 정도면 건강한 편이에요. 최근 몇년 새에 감기 들어서 약 먹은 적도 없고, 사무실에도 몸이 안 좋아 출근을 거른 날이 하루도 없으니까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의 ‘파라다이스 복지재단’ 사무실로 정원식(80) 전 총리를 만나기 위해 찾아갔다. 정 전 총리는 이 재단의 이사장을 지난 2004년부터 맡고 있다. 이사장실에서 만난 정 전총리의 표정은 온화해 보였지만 예전 공직에 있을 때의 그 당당함은 여전했다.

“건강비결을 대자면 적당한 운동과 섭생입니다. 몇년 전부터 헬스클럽의 수영장에서 30분쯤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죠. 땀이 흠뻑 배어 나옵니다. 또 섭생을 얘기하자면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해야 한다는 것이죠. 점심 때 식당 한편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보면 안됐어요. 좋은 사람과 즐거운 얘기 나누면서 식사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정 전 총리는 가족 얘기를 덧붙였다. “딸들 모두 시집보내니까 화곡동 집에 집사람(임학영 여사·79)과 나만 남았어요. 쓸쓸했죠. 그래서 2년 전부터 막내딸(정 전 총리는 슬하에 딸만 넷을 두고 있다) 부부와 외손주들을 집에 들어오라고 했어요. 그 이후 집에 활력이 돌더군요. 주말에 함께 ‘아웃백’ 같은 곳에 외식나가는 즐거움도 큽니다.” 정 전 총리의 4녀인 현주(40)씨는 남편 이종현(42)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정 전 총리의 건강과 일의 함수관계도 궁금했다. “일이 중요해요. 특히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제 전공(교육학)과도 맞아떨어져요. 참큰 보람을 느낍니다.” 정 전 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은 파라다이스그룹의 창업자인 고 전낙원 회장이 15년 전에 만들었으며 시각, 청각, 신체장애, 정신지체 등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특수교육에 필요한 교재를 개발해 수용 시설이나 일선학교에 지원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재단 이사를 맡기 전에 서울대학교 사범대 학장과 교육부장관, 국무총리,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 누구보다 화려한 공직을 거쳤다. 굳이 묻지 않았는데도 정 전 총리는 지나온 삶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장관이고, 총리고 굳이 할 생각이 없었어요. 욕심 낸 적도 없고요. 다 자연스럽게 찾아왔습니다. 지금 맡고 있는 이 재단 일도 전에 대한적십자사총재를 했기 때문에 주어진 것으로 봅니다. 어찌 보면 이런 것도 다 건강과 관계가 있어요. 건강하려면 무엇보다 ‘과욕’을 부리면 안됩니다. 그래야 마음의 평화가 유지되죠. 신앙(정 전 총리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도 한몫했고요.”

정 전 총리는 미국 유학시절의 고생담과 집필 중인 저서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정 전 총리는 심리학 탐구시리즈로 이미 내놓은 ‘인간의 동기’ ‘인간의 성격’(이상 교육과학사) 등 2권의 책에 이어 완결판인 ‘인간의 인지’ 편을 ‘원고지’에 쓰고 있다. 유학시절을 얘기할 때의 정 전 총리의 표정엔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즐거움이 넘쳤다. 그리고 책 얘기를 하자 학자적인 진지함이 다시 나타났다. ‘과거와 현재’를 모두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것이 바로 ‘건강’ 아닐까.

건강비결 “매일 아침 된장국… 냉면 너무 좋아”

정원식 전 총리는 ‘섭생’을 얘기하며 좋은 음식을 먹기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 전 총리가 즐기는 음식을 살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매일 아침 식사는 된장국 하나로 간단하게 해결하죠. 시래기나 우거지를 푹 삶아서 콩가루에 잔뜩 버무린 후 된장을 풀어서 팔팔 끓여요. 일주일분을 미리 끓여놓고 아침마다 한 그릇씩 데워먹습니다. 물론 밥은 곁들이지 않아요. 다이어트식으로 시작한 건데 속이 편안하면서도 든든합니다.”

음식 얘기를 하며 정 전 총리는 ‘냉면을 좋아한다’는 얘기도 했다. “저녁때 친구들과 냉면집에서 만나 함께 식사하는 것이 큰 즐거움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의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 이름을 줄줄이 댔다. 그런데 콩이나 시래기, 메밀 모두 ‘건강 식재료’다.

약력

▲1928년 황해 재령 출생 ▲서울대 교육학과(54년) ▲미 조지피바디대 심리학 석사(58년) ▲서울대 사범대 교수(62년) ▲조지피바디대 교육심리학 박사(66년) ▲서울대 사범대 학장(79년) ▲문교부 장관(88년) ▲국무총리(91년) ▲제14대 대통령직인수위위원장(92년) ▲서울대 명예교수(95년) ▲대한적십자사 총재(97년) ▲파라다이스복지재단 이사장(2003년)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