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에서 프랜차이즈 사장으로

‘유학파 사업가 → 노숙자 →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사장.’

생맥주 전문점 ‘치어스’(www.cheerskorea.com)의 정한(41) 대표이사 이력이다. 그는 서울 근교에 80개의 점포와 월매출 9000만원을 올리는 프랜차이즈의 당당한 사장이지만 한때는 노숙자 생활까지 해야 했다. 좌절하지 않고 재기한 그의 성공기가 굴곡이 많은 창업업계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프랜차이즈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가게의 잘 하는 점을 배운 게 아니라 나쁜 점, 개선할 점을 찾아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을 하고 돌아와 인테리어 사업으로 잘나가던 정 대표는 운영하던 사업체가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맞았다. 그의 무절제한 생활로 가족들까지 등을 돌리자 그는 약 1년 반 동안이나 실의에 빠져 인천 일대에서 노숙자 생활을 해야 했다. 재기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어렵게 부친으로부터 5000만원을 지원받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에서 테이블 5개짜리 치킨집을 인수했다.

그런데 “일매출 40만？？0만원은 문제없다”는 주위의 말을 듣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막상 운영해 보니 하루 고작 10만원의 매출도 힘들었다. 남 탓할 여유가 없었다. 그는 발품을 팔아가며 여기저기 가게를 찾아다니면서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다. 미국 유학시절 봐왔던 미국 외식업체들의 서비스도 접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매출은 차츰 오르기 시작했고 1년반 만에 하루 매출액이 18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자신감을 회복한 정 대표는 2001년 12월 분당구 야탑동에 약 200㎡(60평) 규모의 호프집을 열었다. 이것이 오늘날의 그의 사업체인 ‘치어스’다.

“모두들 안 된다고 했죠. 주거지역에 대형 호프집을 열어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거죠. 그러나 저는 앞으로 음주문화는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옮아갈 것이고 좋은 환경과 서비스가 결합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주위의 반응은 싸늘했지만 정 대표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같은 정 대표의 계산은 적중했다. 개점 당시 하루 100만원 수준이던 매출은 3개월 만에 250만원까지 상승했고 이제는 월매출 9000만원대로 늘어났다.

정 대표가 추구하는 음식은 냉동식품이 아닌 신선한 재료로 만든 메뉴들이다. 주방장이 직접 조리하는 특화된 메뉴가 바로 치어스의 경쟁력이 된 것이다. 경쟁업체에서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아이템이 창출됐고 패밀리레스토랑에 맞먹는 인테리어와 음식 맛으로 고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좋은 것을 따라하기는 쉽죠. 그러나 나쁜 점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이를 개선해나가는 것은 어려워요. 고객의 입장에서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불만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던 것이 고객들의 마음을 끌었다고 봐요.”

그는 늘 매장 주위에서 서성이며 고객과 수시로 대화를 나눈다. 물론 점주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는 단 한번도 가맹점 모집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으로 80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게 됐다.

“영업시간이 끝난 후 점주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서 어려운 점과 개선할 점에 대해 깊이 토론하고 그 결과는 반드시 실천으로 옮겨요. 이렇게 하다 보니 점주들과는 자연스럽게 형제처럼 끈끈한 사이가 되더군요.” 정 대표는 2년 이내에 200개의 가맹점을 개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치어스는 오는 18일 오후 5시30분 분당구 정자동 본사에서 맥주전문점 운영과 관련한 실전 창업설명회를 개최한다. 080-445-8888

방승배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