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앤 조이>[AM7]“첫 대결신, 탁구 복식조처럼 환상 호흡”

“안녕하세요.”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청룽(54)은 기자 앞에 있던 보도자료를 ‘빼앗으며’ 싱긋 웃었다. 한 장 한 장 훑고 있는 사이, 옆에 있던 리롄제(45)가 청룽에게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이런 저런 설명을 곁들였다. 30초간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나서야, 청룽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이제 시작합시다.”

15일 중국 베이징 호텔에서 열린 영화 ‘포비든 킹덤’ 인터뷰 자리에 참석한 두 주인공은 영화에서처럼 위트와 활기가 넘쳤다.

홍콩 액션 영화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한 영화에 동시에 출연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쿵푸 달인들이 맞대결을 펼친다는 대목은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7000만달러(약 700억원)가 투입된 ‘포비든 킹덤’(24일 개봉)은 중국 고전 서유기를 바탕으로 신비로운 왕국에서 벌어지는 모험담을 그린 판타지 어드벤처물.

이 영화의 정수는 흐느적거리는 취권의 청룽과 정통 소림권의 리롄제가 벌이는 모험 과정에서의 맛대결. 청룽은 “리롄제와 알고 지낸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영화에 같이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함께 출연하게 됐는가.

“그간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었다. 그러다 할리우드 진출 이후 ‘라이언 킹’의 롭 민코프 감독이 이 영화를 구상하면서 리롄제를 캐스팅한 후에 나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내가 리롄제에게 전화를 걸어 ‘니가 출연하면 나도 할게’라고 했다.”(청룽)

―많은 액션 영화에 참여했지만, 이번 영화가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2003년 시나리오를 받았을때, 세 살짜리 딸에게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니아 영화가 아닌 가족 영화라는 점이 다른 것 같다. 서양인이 쓴 시나리오는 처음에 합리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제작자와 작가를 불러 내용 중에 ‘꿈’ 부분을 넣어 누구에게나 공감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리롄제)

“아시아 문화를 할리우드식으로 찍어서 공감을 얻는 점이 이전의 할리우드 영화와는 다른 것 같다.”(청룽)

―둘 다 1인 2역을 통해 다른 모습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절대고수외에 전당포 할아버지 역할은 분명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 역할은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란도를 떠올리며 연기했다. 말하는 거나 걷는 모습은 그를 흉내낸 것이다.”(청룽)

“처음에 손오공은 20분 정도, 스님 역할은 1시간 가량이었는데, 우스꽝스러운 손오공 역할이 더 재밌었다. 다만 손오공 분장이 힘들어 (청룽) 형님한테 줄 걸하고 후회했다.(웃음)”(리롄제)

―대결신이 화제인데, 어떤 느낌으로 소화했나.

“현장에서 첫 대결신을 찍는 날, 오히려 친근감이 더 느껴졌다.”(청룽)

“대결은 마치 탁구를 치는 것 같았다. 액션 연기를 하면서 난 주로 빠른 공으로 승부했다. 그동안은 상대방이 대부분 못받는 경우가 많아 천천히 잘 받을 수 있도록 조절했다면, 이번에는 올림픽 경기처럼 속도감있게 액션신을 찍었다.”(리롄제) ‘실제로 두 사람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나’라는 질문에 청룽은 “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니까 이기게 해 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리롄제는 “아마 작가가 이길 것”이라며 재치있게 답했다. 청룽은 자신이 출연하는 대부분의 작품에 무술을 코치해왔는데, 이번에는 무술감독 위안허핑에게 전적으로 맡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영화는 힘들거나 잔인하게 싸우는 장면 대신 신격화된 액션이 많아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는 가족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리롄제가 “한국 관객이 많이 좋아해주지 않으면 속편을 찍기 어렵다”며 환하게 웃었다.

베이징=김고금평기자 danny@m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