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전략동맹 방향 맞지만 실용적으로 得失 따져봐야”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미전략동맹’이 구축되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 및 미사일 방어(MD)체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에 대한 미국측의 요청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동맹 격상에 따른 득실을 실용적으로 따져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2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종연구소(소장 박기덕) 주최 국가전략포럼에서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를 전략동맹으로 설정키로 한 것은 근본적으로 맞는 방향이나 잘못하면 오히려 자승자박이 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부소장도 이날 세미나에서 “한·미전략동맹이 구축될 경우 대중국배제론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있어 동북아 긴장요인이 될 수 있다”며 한·미동맹의 격상에 대한 다면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한·미정상회담이후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동북아정세를 다각도로 짚어본 첫 대규모 세미나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한·미동맹 격상의 득실 =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코리아소사이어티연설에서 “21세기 한·미 양국이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마스터 플랜을 짜야 한다”며 동맹의 새로운 3원칙으로 ▲가치동맹▲ 신뢰동맹 ▲ 평화구축동맹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상현 실장은 이날 발표한 ‘한·미동맹의 복원’논문에서 “한·미 양국이 가치 동맹을 표방하면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침묵할 수 없고, 신뢰동맹을 얘기하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다”고 밝혔다.

문제는 평화구축동맹이다. 이 실장에 따르면, 한국이 평화구축동맹을 지향하면서 PSI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으며 이라크 및 아프간 추가파병 거부도 여기에 배치된다. 이 대통령은 비록 정상회담에서 PSI문제나 아프간 파병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평화구축동맹 추진합의에는 이에 대한 내재적 수용의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PSI와 MD, 이라크파병 등에 대한 반대여론이 팽팽해 오는 7월 한·미정상회담때 한·미전략동맹에 합의한다해도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는 정치적·재정적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 실장의 관측이다.

◆남북관계, 차별성보다 실용성 추구하라 =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관계 연구실장은 최근 들어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의 차별성에 집착한 나머지 이들 정부와 북한 정상간의 합의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3000구상으로 북한의 선비핵화를 요구하기보다 실용주의에 입각해 과거 정부의 합의사항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실장은 이어 “이 대통령은 대북인도적 지원에 즉각적으로 나섬으로써 ‘누구보다 북한주민을 사랑한다’는 발언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배려 외교 필요성 = 진창수 부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전략이 자칫 중국정부의 오해를 살 수도 있다”면서 중국을 배려하는 세심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미동맹 강화정책이 중국에 한·중관계 약화로 이해될 경우 한국발 중국위협론으로 오해될 수 있고 중국을 희생시키는 대미 편향외교는 동아시아 질서를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한국의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을 존중하면서도 한·중우호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종의 양다리(hedging)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진 부소장은 향후 동북아 정세에서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일관계를 잘 운영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그 이유로 당분간 중국에서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않고 시장경제의 발전도 미약한 점을 고려할 때 한·미·일 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는 앞으로도 유효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동북아에서 한·미·일 동맹이 강화될 경우 중국은 민족주의를 통해 패권적 질서를 강화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큰데 이럴 경우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대일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