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흔들’… 거품 꺼지나

“급매, 110㎡(33평형) 1단지 8억원(저층), 8억6000만원(로열층).”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신천역 부근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지역. ‘어린이 날’이지만 30여 곳의 부동산 중개업소 거의 대부분이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출입구 곳곳에서 ‘급매물’이라고 적어놓은 화이트 보드가 눈에 띈다. 지난해 하반기 이 곳 중개업자들은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집값이 뛸 것으로 장담했지만 6개월 정도가 흐른 지금 결과는 정반대다. J부동산 홍모대표는 “지금 시세가 바닥으로 매입의 적기”라면서 “이 달말 아파트 보존등기를 하면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존등기를 하면 2주택자가 되는 집주인들이 양도소득세 중과를 우려해 싼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개업자들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매수세는 쉽게 따라붙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한창 좋았던 2006년만 해도 잠실 일대 110㎡ 아파트 가격은 10억원대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오는 8~9월 주공 1, 2단지 재건축 아파트 완공이 가까워지는데도 110㎡ 아파트 가격이 8억원대다. 이는 기본적으로 1만8900가구(1단지 5678가구, 2단지 6358가구, 시영 6864가구)가 새 아파트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공급력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으로 수요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낮은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기로 약속한 분양가상한제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짜 강남’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도 마찬가지다. 대치동 개포 우성2차 148㎡(45평형)은 최근 한 주동안에 1억5000만원이 빠졌다. 가격이 21억~24억원으로 여전히 서민들이 상상할수 없는 수준이지만 확실한 약세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A급 학원들이 시장 수요가 많은 잠실 일대로 줄줄이 옮길 것으로 관측되면서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중심은 잠실’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잠실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대치동도 가라앉는 동반 하락의 모습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스피드뱅크는 지난 2일 눈길이 가는 부동산 시황 보고서를 내놓았다. 제목은 ‘강남 왜 이러나, 강남4구 줄줄이 하락’. 스피드뱅크는 “그동안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던 강남 아파트 시장에 균형이 깨졌다”고 언급했다. 시장이 매수자 쪽으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지난주 강남(-0.17%)·서초(-0.04%)·송파(-0.32%)·강동(-0.10%)등 강남권 4구가 전주대비 일제히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인 것에 대한 분석이다. 시장약세에도 불구하고 소폭상승세를 유지했던 강남구는 12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강남지역 집값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