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서비스 튀어야 고객지갑 열린다

국내 경기 하강 국면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각종 아이템이 포화상태를 이루는 창업시장에서는 어떤 생존전략이 필요할까?

창업자들은 불황 탈출을 위해 고객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아이디어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고객들의 머릿속에 기억되기 쉽게 우선 점포의 이름에서부터 차별화를 선언하고 메뉴나 서비스, 인테리어도 한번 보면 잊지 않고 기억하기 쉬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인테리어 소품이나 매장내 배경음악의 차별화로는 튀기가 쉽지 않다.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워도 저가 메뉴가 판치는 세상이라 소비자들에게 쉽게 먹혀들지 않는다. 한 패밀리 레스토랑은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을 때 무릎을 꿇고 앉아 관심을 증폭시켰고 고객과의 눈높이를 맞추기도 한다.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한 창업시장에서는 이제 어떤 방법으로 마케팅 활동을 해야 매출이 상승할 것인지를 연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창업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이라 할지라도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시선을 끄는 다양한 마케팅 방법이야말로 매출을 올려주는 비결”이라며 “고객에게 기쁨을 주는 이벤트나 기억하기 쉬운 이름, 컬러를 활용한 공간 구성 등은 고객의 발길을 붙잡고 지갑을 열게 하는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것에서부터 한번 다녀가면 잊히지 않는 브랜드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 성서에 등장하는 이름을 브랜드로 = 외식업소를 방문하면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이에게 평화를’이라는 문구가 적힌 장식물을 흔히 발견하게 된다. 고객은 이 점포를 운영하는 점주의 종교가 무엇인지를 금세 감지한다. 덮밥 파스타 전문점 ‘이삭요벨’은 점포의 이름에서부터 종교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진다. 이삭요벨은 히브리어로 ‘축복의 나팔’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이삭요벨은 인테리어도 파스텔톤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은 단순한 용기를 떠나 눈으로 맛을 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고객의 식탁에 제공되는 물컵의 색상을 보면 어떤 색깔의 도자기에 음식이 담겨 나올지도 예측이 가능하다. 도자기 그릇과 물컵의 색상을 같게 하는 세심한 서비스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 세숫대야와 황제 등 독특한 명칭을 음식에 접목시켜 = 인천 화평동 왕냉면은 음식 이름이 특이하다. 일명 세숫대야 왕냉면과 황제갈비가 주 메뉴인데 세숫대야는 흔히 음식을 담아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푸짐하다는 의미에서 친근감을 주고 있으며 황제갈비는 귀족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어 인기있다. 화평동은 주 메뉴 품질 유지를 위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냉면 맛을 좌우하는 육수는 매운맛의 장을 사용해 감칠맛을 살렸다. 섭씨 영하 15도 냉각기 속에서 나온 쫄깃한 메밀면이 푸짐하게 제공돼 ‘세숫대야 냉면’으로 불리는 것도 높은 고객 만족도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황제갈비는 조리 전과정을 수작업으로 한다.

◆ 조명이 아름다운 집 ‘서편제’ = 조명이 아름다운 집을 표방하고 있는 요리주점 ‘서편제’는 밤에 특히 돋보인다. 형형색색의 네온으로 치장한 외관은 멀리서 보기에도 금방 어떤 집인지를 알 수 있도록 조명을 차별화했다. 청색과 홍색의 주조명과 자주색, 주황색, 노란색의 부조명을 사용하며 특히 간접조명으로 불을 밝힌 매화, 대나무 등의 한국화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빛을 발하고 있다. 서편제의 이 같은 조명인테리어는 기존 퓨전 선술집들이 일본의 이자카야 혹은 중국의 객잔 분위기를 내는 것과 달리 한국식 주점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만든다. 정교하고 감칠맛 나는 남도가락 ‘서편제’를 브랜드네임으로 따온 퓨전선술집 ‘서편제’는 신세대와 기성세대 모두를 아우르는 친근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 아찔한 의상의 팔등신 미녀와 함께 이벤트를 = 맥주전문점 BTB는 탱크톱과 미니스커트로 무장한 아찔한(?) 의상의 팔등신 미녀인 비어걸(Beer Girl)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유명 퍼브 레스토랑 후터스의 서버를 벤치마킹한 비어걸을 내세운 신개념의 맥주전문점 BTB는 도입 당시에는 왜곡된 시각과 낯선 서비스 문화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점차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고객들의 시각도 변했고 생기발랄한 비어걸과 이벤트로 인해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어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방승배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