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잡아라’ 亞 금리 인상 도미노

아시아 각국이 유가 및 식료품 값 급등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전격 인상, 기준금리를 각각 8.5%와 5.25%로 올렸다.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양국의 이같은 조치가 “치솟는 물가 상승과의 전쟁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며 “다른 아시아 지역 중앙은행들도 경제성장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으면서 인플레를 잡기 위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의 이번 금리 인상은 3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최근 나온 연간 물가상승률이 9.6%를 나타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조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12.75%를 기록했던 지난 2005년 12월 이후 2년 6개월 만의 금리인상이다. 인도네시아의 지난달 연간 물가상승률은 2006년 9월 이후 최고치인 10.38%를 기록했다.

FT는 최근 유가 인상을 단행한 인도와 말레이시아도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6일 블룸버그통신은 인도의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24일까지 7주연속 상승, 8.24%로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04년 8월이후 가장 빠른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인도가 지난 4일 휘발유가격의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다음달 쯤에는 물가상승률이 지난 1996년 이후 13년만에 최고치인 9.5%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T는 연료비와 식료품값 인상에 대한 국민의 불만으로 특히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정치적 긴장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지난 3월 총선에서 안정의석 확보에 실패한 압둘라 바다위 총리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5일 단행한 유가 인상으로 압둘라 총리에 대한 조기 퇴진 압력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태국은 정부가 신헌법 개정을 통해 탁신 치나왓 전 총리의 복권을 추진하면서 2주 가까이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등 정국이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신문은 한국의 경우 지난 4월 물가상승률이 7년 만에 최고치인 4.9%를 나타냈지만, 중앙은행의 대담한 조치는 야심찬 경제 성장 목표를 세운 정부와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