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 든 닭·호랑이… 우리와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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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정장 차림의 빨강, 노랑, 파랑 닭무리뿐 아니라 한쪽 어깨에 까치가 올라있는 호랑이를 비롯해 개, 소, 양, 부엉이 등의 동물이 한결같이 커피의 향과 맛에 빠져있다. 신문을 펼쳐든 채 모닝커피를 즐기는 호랑이, 느긋하게 커피의 향을 음미하는 회색 강아지, 그리고 아빠 엄마 부엉이의 커피잔을 응시하는 새끼들….

사람들과 친근한, 익살스럽고도 유쾌한 이미지의 동물그림 작가 안윤모씨가 이번엔 ‘커피 마시는 동물그림’으로 개인전을 연다. 18일부터 7월2일까지 선화랑에서 열리는 안씨의 전시회는 주제가 아예 ‘커피홀릭(Coffeeholic)’이다.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커피에 현대인의 일상을 풀어냈습니다. 굳이 매릴린 먼로, 앤디 워홀을 등장시키지 않고, 기호식품인 커피를 통해 2008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안윤모식 팝아트인 거죠.”

지금껏 26회의 개인전을 통해 어린이그림을 활용한 이색 설치전 등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여왔던 안씨는 지난 1996, 2000년에도 커피 주제의 기획전을 열었다. 1996년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서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첫 커피전 ‘커피 소사이어티’에선 커피와 함께하는 직장인들의 휴식을 다뤘고, 2000년 가람화랑의 ‘커피와 상상력’전에선 테이크아웃 커피 시대에 느림의 미학을 펼쳤다.

2008년 ‘커피홀릭’전은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커피 애호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대인의 일상을 풀어냈다.

“흔히 ‘차 한잔 하자’보다 ‘커피나 한잔 하자’는 인사말이 더 친근하지 않나요?” 그는 “지나치면 문제겠지만 뭔가 꽉 막혔을 때 찾게 되는 커피를 통해 심리적 여유와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지 않으냐”며 “그림 속 커피 역시 일상의 여유를 일깨우는 차 한잔의 의미를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왜 동물그림이냐는 물음에, “우리의 일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 동물을 통해 은유하고 풍자할 때 소통이 더 원활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일상의 에피소드뿐 아니라 심한 악취에 코를 막는 동물 그림으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등 정치·사회문제도 동물을 통한 의인화 방식이 오히려 적나라하고 구체적인 표현 및 전달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양은 순박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이고, 부엉이는 외롭고 쓸쓸해 보이죠. 호랑이는 우리에겐 무섭다기보다 친근한 이미지고요.” 안씨는 또 동물들은 종류별로 상징하는 이미지가 제각각이라 다양한 은유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있는 소재라고 밝혔다.

경기 안성에서 작업하는 안씨는 선화랑 전시 외에도 현재 제주현대미술관에서 5, 6월에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 TV를 형상화한 설치작품 ‘네모’를 비롯한 동물그림을 전시하는 등 올 한해 전시 일정이 잇따라 잡혀 있다. 지난 3월 부산화랑미술제를 비롯, 오는 8월 일본 도쿄(東京)의 호텔아트페어 및 12월 마이애미아트페어에 출품하는 한편, 연말에도 또 한차례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02-734-0458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