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또 어설픈 초동 수사 ‘대구 초등생 피살’ 미궁에

대구 달성군 초등학교 여학생 납치살해사건이 미궁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 경찰은 13일 숨진 채 발견된 허은정(11·초등학교 6학년)양 시신의 부검결과에 대해 큰 기대를 했으나 부패정도가 심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건발생 후 제보 등에 수사력을 낭비한 경찰의 초동수사가 헛수고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대구 달성경찰서는 이날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허 양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경북대 법의학교실에서 부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머리 위쪽에 6㎝ 정도 금이 간 것만 확인했을 뿐 부패가 심하게 진행돼 사인을 가려낼 만한 특이한 외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다만 허양 시신의 부패정도로 미뤄볼 때 사건발생 당일 곧바로 살해돼 유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애초부터 살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신중한 수색작업을 펼쳤더라면 부검을 통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당초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비공개 수사를 하다가 사건발생 5일 후인 지난 3일 공개수사를 했다. 하지만 허위 제보에 매달리는 바람에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는 데 실패했다.

게다가 폭행당한 허양 할아버지(72)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에 의존, 결국 신빙성이 없는 결과만 얻어내 수사력 낭비를 자초했다.

한편 경찰은 허양이 납치됐던 집 안방에서 사건발생 당일 발견한 8점의 머리카락도 국과수에 디옥시리보핵산(DNA)감정을 의뢰해둔 상태다.

경찰은 감정결과 외부인의 것으로 확인되면 허양 주변 인물과 인근 지역 전과자 등을 상대로 대조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숨진 허양의 시신이 발견된 야산이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으로 알려져 이 지역 지리를 잘 아는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인근 주민들의 당일 행적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허양은 지난달 30일 새벽 대구 달성군 유가면 자신의 집 안방에서 범인들이 할아버지를 폭행하자 이를 말리다 납치된 뒤 12일 오후 집 인근 야산에서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