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의 ‘국제성’에 주목하라

7세기부터 10세기에 걸쳐 동아시아의 중심국가로서 아시아의 동서남북을 연결했던 발해 역사에 대한 국제적 재조명이 이뤄진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은 2, 3일 이틀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발해와 동아시아’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회의엔 한국을 비롯, 러시아 몽골 중국 일본의 발해사 연구자들이 대거 참가한다.

김용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발해의 역사 무대는 한반도를 포함, 러시아의 연해주, 중국의 동북지방, 그리고 바다 건너 일본에 이르렀다”며 “이번 학술회의에 이 모든 지역의 연구자들이 참가, 그 자체만으로도 국제적인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첫날 회의의 주제는 ‘각국의 발해 유적 발굴의 전개와 성격’으로, 남북한과 러시아 중국 몽골 일본에서의 발해 유적 발굴에 대한 동향을 살펴볼 수 있다. 둘째 날의 발표 주제는 ‘연해주 발해 고고학의 제양상’으로 각국이 지난 20여년간 연해주에서 진행해온 발해 유적 발굴에 대한 세부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주요 참가자들의 발표 요지를 미리 알아본다.

◆발해 유적의 성격 = 송기호 서울대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발해 문화를 이해하면서 중국 연구자들이 당 문화 일변도에 빠지고 한국 학자들이 고구려 문화 일변도에 빠질 때, 러시아 연구자들은 문화적 다양성에 주목했다”면서 “(러시아 연구자들은) 발해 고고자료에서 돌궐, 위구르, 소그드와 이란, 거란과 실위 등의 영향을 찾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발해 문화를 편향되게 이해하는 것을 지양하고 다양한 접근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것은 분명 러시아 연구자들의 공로”라고 송 교수는 강조했다.

한규철 경성대 교수는 “북한의 발해사 연구는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며 “첫째는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한 독립국가인 황제국이라는 점을 밝히려는 것이고, 둘째는 한국사의 정통성을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에서 찾아 신라중심적 남한 학계와 차별성을 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 극동 역사고고민속학연구소의 A 이블리에프 박사는 “여전히 발해의 동북쪽 경계에 대해서는 완전한 연구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9세기 발해 전성기 때 동쪽으로는 동해에 인접한 연해주의 남부, 한반도 북부 등을 포괄하며, 북쪽으로는 우수리강의 북쪽 상류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블리에프 박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장 북쪽에 있는 발해의 유적은 러시아 끼롭스끼 라이온의 마리야노프까 성지다.

◆일본과 중국의 발해 유적 = 윤재운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일본열도에 남아 있는 발해 관련 자료를 살펴본 결과, 발해가 있던 시기의 유적은 일본의 호쿠리쿠(北陸)지방과 긴키(近畿)지방에 주로 남았음을 알 수 있다”며 “아울러 당시 일본의 수도가 있던 헤이안쿄(平安京·현 나라)와 헤이세이쿄(平城京·현 교토)에 발해 관련 유적이나 유물이 여러 곳에 나뉘어 분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연구위원은 특히 “현재 중국의 동북3성 지역은 접근이나 자료 이용상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다”면서 “반면 일본의 호쿠리쿠지방이나 교토지역에선 지금도 꾸준히 발굴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새로운 발해 관련 자료의 수집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박물관의 전인학(全仁學) 고고부장은 지린(吉林)성 내 발해의 서고성(西古城) 발굴과 관련, “서고성터는 내성·외성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며 “두 성의 평면은 남북으로 긴 장방형이며, 내성은 외성의 북반부 중앙에 위치한다”고 밝혔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