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시들 듯

2개월 넘게 서울 도심을 장악했던 촛불시위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잦아들 전망이다. 경찰이 거리 점거 행진을 포함한 촛불시위에 대해 원천봉쇄로 대처하기 시작한 데 이어 시위를 주도해온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도 더 이상 평일 촛불시위를 주최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촛불시위는 당분간 주말과 휴일에만 열리면서 명맥을 유지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대책회의는 7일 운영위원회 후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평일 촛불집회는 각 부문 단체들이 다양하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주관하고, 국민대책회의는 오는 12일과 17일 집회에만 집중하게 된다”며 “국민대책회의 차원의 평일 촛불집회는 더 이상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8일 촛불시위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오후 7시부터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열리게 된다. 국민대책회의의 이 같은 방향 전환에는 평일 시위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잦아들던 촛불을 다시 키웠던 성직자 단체들도 지난 5일 대규모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철수했다. 이미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되기 시작한 것도 피로감에 젖어있던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떨어뜨릴 전망이다.

여기에 경찰이 6일과 7일 잇따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원천봉쇄하며 강경책으로 나온 것도 국민대책회의의 변화를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강경한 경찰과 대립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국민대책회의 안팎의 평가다. 국민대책회의는 “새로운 상황에 맞게 좀 더 지속적이고 완강하게 촛불을 확산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촛불 동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더 일상적인 실천으로 다양하고 풍부하게 두터워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대책회의 내부에서는 향후 활동 방향을 놓고 상당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끝까지 ‘쇠고기 재협상’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경론 못지않게 현실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불매 및 유통저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온건론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대책회의는 “곧 있을 워크숍에서 향후 활동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촛불시위 참가 종교인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시사한 7일 한진희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발언을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배포, “경찰청은 종교인들의 사법처리를 검토한 적이 없다”며 “서울청장의 발언은 표현상의 문제로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