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고유가 최대피해국 = 중국”

한국과 중국, 일본의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었지만 미국 달러화 약세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실질적인 원유구매력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가운데 중국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미국 달러화 약세와 유가상승으로 미국이 최대 이익을 본 반면 중국이 최대 피해를 보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2001년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00억달러.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25달러에 불과해 외환보유고로 80억배럴의 석유를 수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조6800억달러에 달했지만 당시 유가를 100달러로 계산할 경우 168억배럴 밖에 수입할 수 없다. 외환보유고는 740%나 늘었지만 원유수입으로 환산한 실질구매력은 100% 늘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우 이번 사태로 국가채무가 크게 축소되고 수출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 반면 달러화 약세가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중국은 외환보유고에 따른 실질적인 구매력이 줄어 최대 피해국이 됐다. 특히 중국은 외환보유고의 실질 구매력 뿐아니라 증시 폭락으로 수조 위안에 달하는 국민들의 부가 공중으로 날라갔고 금융시장 발전 속도가 느려졌다고 신문은 밝혔다.

한국과 일본도 이같은 손실은 마찬가지.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중국이나 일본보다 달러에 대한 원화의 평가절상 정도가 약해 달러화 약세와 유가상승에 따른 충격이 더 심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2002년 11월 외환보유고 1183억달러로 51억4300만 배럴(당시유가 23달러)의 원유 구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외환보유고는 2600만달러로 당시보다 119% 증가했음에도 26억배럴의 원유 구매가 가능해 실질적인 구매력은 51.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역시 2002년 11월 4605억달러의 외환보유고로 200억2100만배럴의 원유 구매가 가능했으나 지난 3월 현재 보유중인 1조1000억달러로 구매할 수 있는 원유는 110억배럴에 불과해 실질구매력이 감소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박사는 “유가 상승에 의한 석유 수입국들의 원유 구매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달러화 약세는 유가상승에 따른 영향을 다소간 억제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유가 상승과 달러화 약세 등 두가지 조건을 동시에 거론하면서 중국이 최대 피해국이라고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환율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달러에 대한 평가절상 정도가 약해 오히려 달러화 약세와 유가상승에 따른 영향은 우리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한강우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