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발생→ 정부 발표 11시간’ 미스터리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금강산 관광객이 총격으로 피살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대화 재개를 제안하는 연설을 강행한 것과 관련,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또 피격사건이 이날 오전 5시쯤 발생했음에도 4시간20여분이 지난 뒤에야 북측이 현지 현대아산측에 통보했고, 이로부터 2시간여 지난 뒤에야 현대아산이 정부에 보고한 점, 정부가 이를 알고도 4시간30분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한 점 등 곳곳에 의문투성이다. 특히 ‘북한군의 총격에 의한 국민의 희생’이라는 돌발상황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이 정부가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2시간이나 지난 뒤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와대의 위기대응시스템에 큰 문제점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대통령 보고까지 왜 8시간30분이나 걸렸나 = 현대아산이 오전 11시30분 통일부에 “해수욕장을 산책하던 박왕자씨가 오전 5시에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알려왔다. 사건발생 6시간30분만이다. 이때까지 통일부는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

통일부는 “북측이 (사건 발생 이후) 상당 시간이 지나서 현대아산 현장 사무소에 통보했고, 현대아산측이 현장에서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느라 상황이 지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도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통일부가 11시45분쯤 청와대 통일비서관실에 피격사실을 통보했지만 이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진 것은 오후 1시30분이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사안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측 통보)를 전제로 결정을 내렸을 때 즉흥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지 않냐”라며 “완벽하게 파악해 보고하기 위해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격피살’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상황파악을 위해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소요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원고를 수정하지 않았나 =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등으로부터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을 보고 받은 시간은 오후 1시30분으로 이날 오후 2시20분으로 예정된 국회개원연설 50분전이다. 이 대통령은 피격사건 보고를 받은 지 20분 후에 청와대를 출발했으며 2시 20분 국회개원연설에서 예정대로 북한에 대해 “전면적인 대화 재개”를 제안했다. 이날 사건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이 대통령이 피격사실을 인지하고도 연설원고를 수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북쪽의 설명만 듣고 있는 것이지 정확한 진상을 모르는 상태”라며 “수석들끼리 논란이 있었지만, 예정된 중요한 내용을 연설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서로 분리대응하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민안위와 관련된 중대사태를 인지하고서도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에서 공식, 비공식으로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중대한 상황이 발생한 만큼 원고에 일정 부분 수정을 가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지적했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