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경고에 놀라 달아나다 등뒤서 2발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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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박왕자(여·53)씨가 11일 오전 북한군 초병의 총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북측에 의한 남측 민간인의 총기 피격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한 내용과 금강산 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의 설명 등을 토대로 당시 사건 경위를 되짚어봤다.


◆ 오전 5시쯤 박씨 피격 = 숨진 박씨는 일행 3명과 2박3일 일정으로 9일 강원도 고성을 통해 입북했다. 박씨는 10일 내금강 관광을 마치고 북강원도 온정리 금강산 특구내 비치호텔에서 하룻밤 묵었다. 박씨의 행방불명 사실이 알려진 것은 다음날인 11일 오전 7시40분. 박씨의 일행이 관광일정에 앞서 박씨의 행방불명 사실을 알고 현대아산 관광조장에게 알렸다. 박씨의 피격 사실이 파악된 것은 그로부터 약 1시간30분 후인 오전 9시20분쯤이었다. 금강산 북측 담당인 명승지개발지도국이 현대아산측에 피격사건 발생 사실을 통보하고, ‘현장을 확인하고, 시신을 인수했으면 좋겠다’고 연락해온 것이다.

◆ 오전 9시40분 시신 확인 = 박씨의 피격 장소는 장전항 북측구역내 기생바위와 해수욕장 중간 지점이었다. 피격 시간은 오전 5시쯤으로 추정됐다. 이날 오전 4시30분쯤 박씨가 숙소인 비치호텔에서 나가는 장면이 호텔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기 때문. 북측이 현대아산에 통보한 내용에 의하면 박씨는 해수욕장 주변을 산책하던 중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군 경계 지역에 진입했고, 초병의 정지 요구에도 불응하고 도주하다가 등 뒤에서 날아온 총탄에 맞아 숨졌다.

통일부는 “2군데 정도 관통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아산측은 북측 통보를 받은 직후인 9시40분쯤 현대아산 직원과 의사, 간호사 등 6명을 보내 현장을 확인하고 시신을 수습했다. 박씨 시신은 오후 1시쯤 남북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속초로 옮겨져 속초병원 영안실에 안치됐고 이날 오후 6시15분쯤 서울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졌다.

◆ 오전 11시30분, 분주해진 정부 = 박씨의 피격 소식이 처음으로 통일부에 알려진 것은 오전 11시30분쯤. 통일부는 현대아산측으로부터 사건에 대해 연락을 받고, 11시45분쯤 엄종식 청와대 통일비서관에게 이를 보고했다. 정부는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구성했다. 엄 비서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1시50분쯤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정 실장은 앞서 11시40분쯤 청와대 상황실을 통해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간은 1시간50여분뒤인 오후 1시30분쯤. 2시로 예정된 국회 시정연설 참석을 위해 출발을 준비중이던 이 대통령은 오후 1시30분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사건에 대한 종합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2시20분 국회에서 북한에 대한 전면적 대화를 제안했다.

◆ 오후 2시59분, 언론 첫 보도 = 사건은 오후 2시59분쯤 박씨의 시신이 도착한 속초에서 처음으로 언론에 알려졌고, 통일부는 1시간 뒤인 오후 4시 기자회견을 열어 북측이 현대아산에 통보한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앞으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부는 또 12일부터 사건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건발생부터 정부 발표까지 11시간이나 걸렸다.

◆ 국과수 박씨 부검 = 국과수는 이날 오후 10시30분쯤부터 박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다.

박씨의 시신은 오후 6시15분쯤 앰뷸런스에 실려 속초병원을 출발한 뒤 고성경찰서 기동대 차량을 따라 4시간여 만에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과수에 도착했다. 박씨의 남편 방영민(53)씨와 아들 등 유족은 미리 국과수에 도착해 대기하다가 부검실로 들어가 부검 과정을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실이 있는 건물 입구에는 3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박씨의 시신이 부검실로 인도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남편 방씨는 “그냥 관광을 갔을 뿐인데… 그럴 사람이 아닌데… 착잡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