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도 ‘지역色’ 있네

우리나라에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맛과 전통을 이어온 음식들이 많다. 평양냉면을 비롯해 전주비빔밥, 마산아귀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교통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입맛 또한 전국화됐다. 특히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이 발달하면서 전국을 무대로 각 매장들이 앞 다퉈 진출함에 따라 지역별 특성이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치킨만은 유달리 지역별 선호도에서 큰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끈다. 한 지역에서 수년간 매출 1위를 지켜온 제품이라도 다른 지역에서는 맥을 못 추는 등 제각각이다. ‘BBQ치킨’을 제외한 여타 치킨 브랜드들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각광을 받고 이에 힘입어 다른 지역 진출을 시도하는 그야말로 ‘치킨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올 초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의 어려움을 넘어선 각 치킨 브랜드들의 영토확장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질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 수도권 영토 싸움 치열 = 외식업계에 따르면 최대 시장인 서울은 한강을 중심으로 강남과 강북지역에서 선호하는 브랜드가 확연히 나뉜다. 강남지역은 사무실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둘둘치킨’(www.22chicken.co.kr)이 단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둘둘치킨의 강점은 특수 개조된 압력식 튀김기계를 사용해 육질이 부드럽다는 것. 직장인들이 저녁 식사를 겸한 술자리에서 선호하면서 강남지역의 대표 치킨 브랜드가 됐다.

한편 강북지역의 대표 브랜드로는 ‘네네치킨’(www.nenechicken.com)이 꼽힌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이 인기 비결이다. 2001년 의정부 1호점을 시작으로 최근 100호점을 넘어설 때까지 강북지역에 전체 매장의 40% 이상이 자리 잡고 있어 강북에서 네네치킨의 시장 파워는 다른 치킨들을 훨씬 넘어선다.

수원을 중심으로 한 경기 남부와 인천 등에서는 ‘코리안바비큐’(www.tbbc.co.kr)가 치킨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수원에서 시작된 코리안바비큐는 토속적인 인테리어에, 숯에 구워 기름을 뺀 닭고기와 한방 소스에 힘입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여기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브랜드는 ‘사바사바치킨’(www.사바사바.kr). 파의 알싸한 맛을 잘 살린 파닭치킨과 독자개발한 겨자소스로 서울과 경기 서부지역에서 인기를 얻었고 최근에는 여세를 몰아 경기 전 지역으로 가맹점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수도권 외 지역 브랜드들 수성 주력 = 광주·전남지역의 치킨업계에서 부동의 1위로 꼽히는 브랜드는 ‘아주커치킨’(www.ajuker.co.kr)이다. 1996년 1호 매장을 오픈한 이후 100여개의 가맹점이 이 지역에 몰려 있다. 무리한 타 지역 진출보다는 광주·전남지역에서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데 더 주력하고 있다.

부산을 비롯한 대구 및 경상지역에서는 ‘교촌치킨’(www.kyochon.com)과 ‘멕시카나’(www.mexicana.co.kr) 등이 전통의 강자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이들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티바 두 마리 치킨’(www.tiba.co.kr)과 ‘무봤나촌닭’(www.kmfood.com) 등이 새롭게 세력 싸움에 뛰어들고 있다. 티바 두 마리 치킨은 훈제바비큐 등 다양한 메뉴와 2마리에 1만4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티바 측은 경상도지역에 신규 매장을 계속 여는 한편 서울을 비롯, 타 지역 진출도 노리고 있다.

‘무봤나촌닭’은 1999년 부산 서면에 처음 개점한 이래 찜닭과 고추장, 치즈 등을 활용해 만든 독특한 메뉴를 무기로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지역 문화에 맞는 인테리어, 메뉴와 소스 개발, 향토심 고취 등이 지역별 선호 브랜드를 만들어냈다”며 “지역을 뛰어넘어 전국적인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각 지역별 소비자들의 입맛을 아이템에 반영할 수 있는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