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인 피랍 악몽 떠올리게 한 멕시코 사건

다행스럽다. 멕시코 국경도시에서 납치된 한국인 5명이 피랍 9일 만인 23일 모두 무사히 풀려났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단시일 내에 해결된 이번 사건은 앞서 이라크·아프가니스탄·소말리아 등지의 피랍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인 활동무대가 세계 방방곡곡인만큼 테러나 납치같은 범죄에 그만큼씩 더 노출돼 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랍 현장이 미 국무부가 앞서 4월 여행 자제를 경고한 바로 그곳임을 재주목한다. 동시에 미 국무부의 경고 시점과 국가정보원이 일부 해외 사업장의 테러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한 시점이 엇비슷하다는 점 또한 가벼이 넘길 일이 못된다고 믿는다. 국정원은 4월18일 해외 한국기업의 테러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일부 사업장은 울타리, CCTV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갖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정원이 “일부 근로자·교민들은 테러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데다 유사시 행동 요령도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 우려는 이번 멕시코 사건으로 현실화했던 셈이다.

외교통상부도 5월8일 종전의 ‘각종 사고시 영사업무 지침’을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지침’으로 개정해 재외공관에 시달했다. 지침이 피랍자 구출과정에서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확립된 원칙의 준수를 굳이 명기한 것도 노무현 전 정부 당시의 일부 ‘일탈’에 대한 자성 차원이다. 이번 사건의 경위 역시 재구성해 지침의 규범력을 높여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