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권력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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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턱 정권’이라는 조어(造語)가 가능할지 모른다. 헤비급 이종격투기 선수가 턱 한방 맞자 다시 싸울 생각도 없이 링 위에 벌렁 누워 있는 것처럼. 이명박 정권은 4월18일 쇠고기 협상 타결 후 장장 3개월 동안이나 ‘촛불’을 향해 공격다운 공격, 논쟁다운 논쟁 한번 하지 못하고 있다. 촛불 세력은 기발한 구호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이명박 정권을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패왔다. 당연히 청와대 대변인, 정부 대변인, 한나라당 대변인이라는 ‘권력의 입’들이 논쟁의 한가운데로 감연히 뛰어들어 사자처럼 싸워야 하는 것. 그러나 못 본 척, 못 들은 척, 촛불 세력으로부터 공격의 빌미가 안될 표현만 골라 논쟁을 피하고 있다. 권력의 입들이 실종됐다. 홍보전에서 대패할 수밖에. 여론시장에서 이길 수가 없다.

여권의 대변인들이 무기력한 것은 ‘어떻게 되찾아온 정권인데?’라는 분노가 불같이 타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열정이 있어야 분노가 솟구친다. 한 원로 정치인은 “이명박 참모들은 ‘주군(主君)’에 대한 헌신적 열정이 없다”고 말했다. 윈스턴 처칠의 말, “열정이 없다면, 성공은 실패로 끝난다.” 임기 초반에 다운될 수도 있다. 문제는 즉각 일어나는 회복력이다. 데이비드 거겐이라는 60대 초반의 미국 언론인은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에 이르는 4대 정권에서 백악관 공보담당 참모를 지냈다. 그는 회복력의 첫번째 조건은 역전(逆戰)에의 열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대변인들은 굶주린 사자처럼 싸울 줄을 모른다.

‘권력의 입’들에서 나오는 말들에는 열정도 없고, 국민의 폐부를 찌르는 짜릿한 맛도 없다. 소주잔을 입에 털어넣으며 되뇔 만한 단 한 줄도 없다. 4년3개월의 ‘정당사상 최장수 대변인’ 박희태의 기념비적 어록들이다. 야당 총재 김대중은 보라매공원에서 정부 규탄대회를 연다. 군중 숫자가 별로였다. 박희태의 논평, “보라매공원 집회는 보람이 없었다.” 다시 김대중은 여의도에서 집회를 연다. 또 성공하지 못했다. 박희태의 논평, “여의도 집회는 여의치 않았다.” 또 부산으로 내려간다. “부산 집회는 부산만 떨었다.” 정치9단, 총체적 난국,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박희태는 어록 제조기였다.

여권 대변인은 정치권의 꽃이다. 옛말이 됐다. 청와대 대변인, 정부 대변인, 한나라당 대변인들의 이름이라도 기억하는 국민이 몇명이나 될까?

[[윤창중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