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총괄 ‘전략가’가 없다”

이명박정부 출범 후 쇠고기 파동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삭제 파동,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지명변경결정 등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나 정부의 대응능력은 턱없이 떨어져 외교안보팀의 종합적인 전략과 비전, 팀워크 부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순영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2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정부기관인 지명위원회(BGN)가 독도명칭을 리앙쿠르 록스로 변경하고 주권미지정섬으로 바꾼 것은 독도 영유권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결정”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미국정부기관의 결정에 강력히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우리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전 장관은 특히 “독도가 한국인들에게 어떤 정치적·역사적 함의를 갖고있는지 동맹국인 미국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면서 “오는 8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때도 이 문제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정부가 ARF의장성명 삭제 파문과 관련, “다자회의에서 과연 금강산문제를 집중제기한 것이 현명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금강산문제는 남북간에 발생한 현안인 만큼 미국 등의 지원을 받으며 조용하게 처리하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명박 정부의 시스템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일본전문가인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독도지명 변경 후 이 대통령이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독도문제는 정치적 민감성이 큰 만큼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땜질처방하는 대신 누군가 지속적으로 독도문제에 대응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독도문제에 대해선 늘 감시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파악해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해나가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문제는 외교안보문제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전략가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외교부 출신인사들이 요직에 포진되어 외교안보사안을 외교협상하듯 땜질처방하는 게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실용외교를 내세웠는데 철학과 원칙이 바탕이 되지 않은 실용은 의미가 없다”면서 외교안보의 전반적인 비전과 전략 마련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미숙·신보영·심은정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