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 옷벗기는 ‘변질된 촛불’

지난 17일, 19일에 이어 26일까지 서울 도심이 불법 거리점거 시위대에 의해 점령되면서 주말 폭력시위가 정례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경들을 무장해제시키는 것도 모자라 윗옷과 신발을 벗겨 돌려보내는가 하면 취재기자를 수십분간 억류한 채 폭행하는 등 시위 양상도 갈수록 통제력을 잃으며 폭력화하고 있다. 촛불시위 초반 일반 시민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비폭력’과 ‘질서’를 외치는 목소리가 우위를 점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극렬 시위꾼들의 통제되지 않은 무법이 현장을 압도하는 분위기다.

◆확연하게 달라진 시위 현장 = 지난 26일 오후 4시30분쯤부터 27일 오전 8시15분쯤까지 약 16시간 동안 서울 종로 일대에서 벌어진 불법 거리점거 시위는 이날로 80회째를 맞은 촛불시위가 어떻게 변질됐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시위대 구성 면에서도 가족을 동반한 일반 시민들의 참여는 극히 드물었고 ‘전대협’, ‘안티 이명박’, ‘아고라’ 등의 깃발을 앞세운 시위꾼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구호에서도 당초 촛불에 불을 댕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는 뒷전으로 밀리고 ‘이명박 사퇴’ 등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로 확산됐다. 순수성은 퇴색되고 정치성이 강화된 양상이었다.

26일 오후 7시쯤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작된 촛불문화제는 약 1500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그러나 평화와 질서는 문화제가 열렸던 ‘50분간’이 전부였다.

이후 거리로 나선 시위대는 종각역사거리, 종로2가, 종로3가 등에서 지속적으로 경찰과 충돌했다. 오후 8시20분쯤에는 종로 영풍문고 앞에서 조선일보 사진부 주모 기자가 시위대에 포위됐다. 50여명의 시위대가 주 기자를 둘러싸고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하며 안경을 쓴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길질을 했다. 카메라도 탈취했다. 자정 무렵에는 보신각 뒤편에서 전경 2명이 시위대에 둘러싸여 20여분간 폭행을 당했다. 시위대는 두 전경을 무장해제하고 윗옷과 신발까지 벗긴 채 돌려보냈다.

◆“법 무시 행태 엄정 대응해야” = 주말 폭력시위가 정례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상겸(법학과) 동국대 교수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집회·시위권은 보장돼야 하지만, 법 테두리를 넘어선 것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공권력이 촛불시위 초반에 엄격한 법 집행을 못해 계속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폴리스라인을 넘으면 진압하는 등 외국처럼 명확한 선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시위대도 집회와 시위는 무조건 정당하다는 인식을 버리고 타인의 권리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수(법학과) 고려대 교수는 “집회와 시위는 ‘의사 표현’의 수단인데 한국에선 ‘의사 관철’의 수단이 되고 있다”며 “시위자들이 저항권을 얘기하지만, ‘성립 요건을 따지지 않은 저항권’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조민진·김병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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