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악담전화 벨소리가 두렵다”

촛불시위로 인해 영업에 피해를 입은 나머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인 A씨는 30일 오전 문을 열 시간이 지났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가게에 들어가면 항의전화가 빗발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가게 문을 열자마자 악담을 퍼붓는 전화를 받으면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경계심을 풀지 못하고 가게를 신문에 공개하지 말 것을 거듭 요청했다.(문화일보 7월17일자 9면 참조)

소송에 참여한 상인의 명단이 공개된 29일 A씨 가게에는 진종일 전화가 울려댔다. A씨는 공개된 명단에서 비교적 상위 순번에 올라 있다. 전화를 받으면 “소송에 참여한 것이 맞느냐”고 묻고 “장사가 잘되는지 두고 보자”는 악담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A씨는 “처음에 걸려온 전화 5~6통만 받고 기분이 나빠져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며 “그중 고객의 예약 전화도 있었겠지만 항의전화가 올까 하는 두려운 마음에 받을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의 가게는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난 5월부터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A씨는 “매출이 급감하면서 나오던 종업원 2명을 못 나오게 했다”며 “지난해 어렵게 가게를 열어 올해 단골도 생기고 매출도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촛불시위가 시작되면서 아예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판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가게를 유지라도 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소송에) 참여했는데 그것이 또 다른 고통을 가져다줄지는 미처 몰랐다”면서 “촛불시위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우리가 이용만 당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도 “우리는 피해를 보상받겠다는 마음보다 시위를 그만했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서명을 했다”며 “소송에 참여해서 항의를 받고 영업에 방해를 받는다면 소송도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저 제대로 장사를 하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서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 되지 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9일 상인 명단 공개에 대해 논란이 일자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소송 원고 명단을 삭제했지만 이미 명단은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주소와 대표 이름이 나와 있는 명단에 상호까지 넣은 명단을 블로그와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게재하기 시작했다. 현재 인터넷에는 소송에 참여한 50여명의 원고 이름과 주소, 상호가 적힌 명단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상인들의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바른 시위문화 정착 및 촛불시위 피해자 법률지원 특별위원회(시위 피해 특위)’는 명단이 공개되자 29일 경찰에 명단 유출 관련 수사를 의뢰하고 상인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 시위 피해 특위의 이헌 변호사는 2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변호사들이 달려가 피해 상인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변호사들 명단도 공개돼 변호사들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으로 경찰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