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업 투명화’ 준비 소홀로 혼란

창업 시장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 4일부터 정보공개서 등록과 가맹금예치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미처 이를 준비하지 못한 프랜차이즈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개정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시행에 따라 이날부터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재무구조 등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으면 가맹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또 창업 희망자가 낸 가맹금을 제3의 기관에 맡겼다가 가맹점이 문을 연 뒤 가져갈 수 있는 가맹금예치제도 함께 시행된다.

◆ 정보공개서 등록업체 전체의 20%에 그쳐 =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현재 모두 570개 프랜차이즈 본사의 724개 브랜드만이 정보공개서 등록을 마친 상태다. 이는 전체 2500여개 가맹 본사 가운데 20% 정도에 그치는 수치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480여개 브랜드에 대해 등록증을 발급했으며 나머지 브랜드는 이후 등록이 가능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폐점률과 가맹점 개설비용, 가맹점의 매출액 및 본사 임원의 법 위반 사실 등 회사의 주요 경영정보를 공개하는 부담과 단기간내 가맹점 모집 필요성이 없는 프랜차이즈 업체, 심지어 새로운 법 시행을 알지 못하는 업체들로 인해 정보공개서 등록 실적이 미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 4일 이후 정보공개서 미등록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등록 프랜차이즈 본사의 정보 등록을 유도하고 가맹희망자의 피해 예방을 위해 미등록업체의 가맹점 모집 단속을 이달부터 현장에서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장 이달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8 프랜차이즈 서울 가을 창업박람회’ 참가 업체부터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 신문이나 잡지 등을 통해 가맹점 모집을 광고하거나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가맹 본사 등도 조사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정보공개서 미등록 업체의 가맹점 모집이나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제공하지 않고 가맹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등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적발할 경우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미등록 정보공개서를 이용해 가맹점을 모집할 때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허위 정보나 과장된 정보를 제공할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 부과까지 가능하다.

◆ 가맹금예치제도 준비 소홀 등으로 문제 = 가맹금예치제도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들의 눈앞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 본사들은 사업자로 하여금 가맹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에 예치토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맹점사업자가 영업을 개시하거나 계약 체결일로부터 2개월이 경과한 경우에 가맹금을 가맹 본사가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가맹금을 직접 수령한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가맹점을 예치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국민·하나·신한은행과 우체국, 서울보증보험 등에 그친다. 가맹사업법에 대한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관련 상품 개발 등 금융기관의 사전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정보공개서 등록은 프랜차이즈 가맹 본사의 의무 사항이 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스템을 정리하고 미흡한 점을 보완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한단계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