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獨 앞다퉈 러시아 압박

그루지야 사태와 관련해 미국·프랑스·독일 등 서방 국가들이 앞다퉈 중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남오세티야, 압하지야 자치공화국이 그루지야로부터 완전 독립하는 것을 추진 중이어서 이같은 중재 노력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BBC 방송은 15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이날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에 도착, 미하일 사카슈빌리 대통령과 만나 그루지야 정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프랑스 측의 중재안을 포함해 사태 해법을 다각도로 협의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라이스 장관은 14일 프랑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만난 후 “그루지야에서의 위기를 끝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그루지야와 러시아의 휴전을 확고히 하는 내용의 휴전결의안을 마련, 금명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결의안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중재로 러시아와 그루지야가 합의 서명한 6개항의 평화중재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이 문건에 서명하고 나면 러시아군의 철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15일 흑해 연안 휴양지인 소치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한다. 이어 17일에는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를 방문해 사카슈빌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다. 메르켈 총리는 그루지야 주권과 현 정부의 합법성을 강조함으로써 러시아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러시아를 고립화하려는 움직임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사카슈빌리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조속한 사태 해결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대치상황이 몇 주 더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14일 중앙정보국(CSI) 국장 등으로부터 그루지야 사태에 대한 보고를 받은 직후여서 더욱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처럼 이번 사태의 해결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 아시아판은 15일 “러시아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자치공화국 독립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두 공화국 인사들을 잇달아 접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그루지야를 남오세티야, 압하지야와 분리시키려는 것이 러시아의 분명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