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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 곽성호기자
소설가 복거일(62)씨의 소설집 ‘애틋함의 로마’(문학과지성)는 제목대로 애틋하다. ‘비명을 찾아서’ 이후 과학소설(SF)을 필두로 다양한 장르를 탐색하며 줄곧 장편 작업을 해온 작가의 첫 단편집으로 수록된 10편은 두 갈래로 나눠진다.
가깝게는 2029년부터 멀게는 2998년까지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가 한 갈래이고, 우리의 정치·사회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사회 소설들이 또 다른 갈래이다. 하지만 소설집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쪽은 SF이다. 편수(7편)로도 무게의 지렛대를 기울게 하는데다 SF를 관통하는 서정적 애틋함이 사회 소설의 메마른 냉철함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애틋함의 핵심은 삶과 죽음, 시간과 나이듦에 대한 관대하면서도 쓸쓸한 성찰이다. 소설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 클론, 사람의 기억까지 그대로 복사되는 스캔, 로봇을 걱정하는 인간 등이 등장해 유한한 사람의 운명을 이야기하고 시간과 기억의 문제를 다루다 결국 주인공에게 이런 질문을 토하게 한다. “나는 누구일까” “나의 자아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철학과 형이상학적 문제를 풀어내기 좋은 SF의 장르적 특징에 “요즘 나이듦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는 작가의 마음이 만난 결과이다.
“과학과 기술의 시대에 과학소설은 당연하고도 의미있는 문학활동”이라는 그를 만났다.
―소설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이 등장해 사람과 조화롭게 살아간다. 기술의 미래는 긍정적인가.
“로봇하면 낯설고 불안하게 생각하지만 로봇도 인간이 만든 것이다. 사람은 가장 인간적인 부분을 뽑아서 로봇을 만들기에 로봇은 인간다워질 수밖에 없다. 개의 진화와 같다. 개는 오랫동안 인위적으로 순종적인 종이 선택돼왔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가장 인간적인 로봇이 남을 것이다.”
―독살된 대통령을 대신하는 대통령 로봇(‘대통령의 이틀’), 스캔의 죽음을 지켜보는 인간(‘애틋함의 로마’), 부품을 교체해 거듭 태어나는 예술가 로봇(‘내몸의 파편들이 흩어진 길 따라’) 등 로봇이든 인간이든 등장인물은 끊임없이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데.
“유전공학, 인공지능 등이 생활 깊숙이 들어온 시대에 기술 발달은 필연적으로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실존의 문제를 제기한다. 앞으로 사람들은 생활의 기능적인 부분은 로봇에 넘겨줄 것이다. 또 로봇은 점점 사람과 비슷해지면서 인간보다 더 지능이 뛰어나고, 더 튼튼해질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인간을 진짜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소설에서는 존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로 기억이 이야기되는데.
“기억은 생명체의 기본이다. 사람은 기억에 의미를 부여하고, 여기서 정체성을 만든다. 나에게도 남은 것은 살아온 기억뿐이다. 작가로서는 이 기억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20대 이하의 작가가 쓴 장편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쌓아온 기억이 없으면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지 않겠는가.”
―나이듦에 대한 고민이 눈에 띈다.
“나이가 들면 살아온 것에 대해 질서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게 마련이다. 나이든 사람들이 성찰할 수 있는 것이 따로 있다. 늙은 사람도 서태지 노래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나이든 사람은 자기 세대의 노래를 부르면 된다. 앞으로 나이든 사람의 시선으로 노인들의 문제, 또 죽음은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같은 문제를 만년의 작품으로 쓰고 싶다.”
최현미기자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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