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베키 사퇴… 남아공 親기업정책 흔들

타보 음베키 대통령의 사퇴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종식 이후 최대의 정치 지각 변화를 겪게 됐다. 음베키 대통령이 1999년 집권 이후 추진해온 친기업적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늘어나 외국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보도했다.

◆음베키 대통령 중도 사퇴=음베키 대통령은 21일 오후 긴급 각료회의 후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가 속한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하루 전인 20일 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국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음베키 대통령을 축출하기로 결정했다. ANC는 빠르면 22일 새 내각을 이끌어갈 과도 정부의 임시 대통령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차기 대통령으로는 음베키의 정치적 라이벌인 제이컵 주마 ANC 총재가 가장 유력하다. 임시 대통령이 과도 정부를 내년 4월까지 끌고 간 뒤 , ANC가 주마 총재를 새 대통령으로 정식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음베키 대통령의 중도 사퇴는 주마 총재 측과의 정치적 주도권 경쟁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2월 전당대회에서 음베키 대통령이 주마에게 패해 총재 자리를 넘겨준 이후 그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무기 거래와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주마 총재가 낸 기소중지 가처분 신청이 최근 고등법원에서 받아들여지고, 이 사건과 관련해 음베키 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았다.

주마 총재는 17세에 ANC에 가입해 무장 투쟁과 해외 정보 활동을 활동을 하면서 정치 밑바탕을 쌓았다. 1963년 백인 정권에 체포돼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로벤섬 교도소에서 10년 동안 복역했고, 1990년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되면서 해외에서 귀국해 ANC 사무차장, 부총재, 1999년 부통령을 거치며 성장했다.

005년 재정 고문의 부패 재판에 연루돼 부통령직에서 해임됐고, 동지의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스캔들도 끊이지 않았다.

◆경제, 지역 외교 파장은?=정치적 지각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음베키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경제 성장 추진 정책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지적했듯이 친 기업 정책을 앞세워 상업을 부흥시켰다. 요하네스버그는 아프리카 남부의 상업 허브로 부상해 광산과 은행업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주마 총재는 기본적으로 노동계 등 좌파를 지지기반으로 급진적인 성향을 보여 향후 경제 정책에 어떤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WSJ는 “남아공 측은 경제 주요 각료들의 자리는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동요하는 투자자들을 안정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여야 권력 분점에 합의한 짐바브웨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늘어나고 있다. 짐바브웨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을 권력 분점 합의 테이블에 앉힌 주인공이 바로 음베키 대통령이기 때문. 파이낸셜 타임스는 “ANC는 음베키 대통령이 계속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대통령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