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국 시민단체 뭉쳐 東亞역사 화해 모색”

“각국의 시민사회가 역사 갈등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박원철(58) ‘제2회 역사NGO 세계대회’ 조직위원장은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각국 시민사회와 이를 기반으로 한 비정부기구(NGO)가 국가간 역사 갈등에 가장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장 법률사무소의 국제변호사이자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박 위원장은 ‘역사NGO 세계대회’가 세계 최초, 유일의 대회라며 이를 기반으로 각국의 NGO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리는 ‘역사NGO 세계대회’엔 한국·중국·일본·대만을 비롯해 미국·독일·인도네시아 등 총 21개국 60여개의 NGO들이 참가, 동아시아 역사 화해를 위한 세계시민사회의 역할을 모색한다. 전문가 및 활동가, 일반인, 청소년, 대학생 등 모두 1만여명이 참여할 계획이다.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 국제 심포지엄 개최 등으로 구성되며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역사체험 페스티벌, 역사영화제, 평화콘서트 등의 다채로운 행사도 열린다.

박 위원장은 “각국 정부와 학자 등이 역사 갈등 해결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는 또다른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며 “각국의 역사NGO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한 논의를 거쳐 뜻을 모은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회 의의를 소개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9월 열린 1회 대회는 첫 만남으로 역사NGO 활동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면서 “올해 대회는 각국 NGO간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체화하느냐는 데 대해 보다 발전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중·일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역사 갈등 문제를 시민단체 차원에서 접근,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의식을 고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한·중·일간의 역사 갈등, 영토 갈등이라는 걸림돌이 동북아의 평화를 가로막고 있고, 3국의 교류 및 협력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며 “동북아 3국의 학계 및 시민사회는 이 같은 갈등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북아는 여전히 지난 세기의 전쟁, 폭력과 빈곤, 인권 침해의 역사적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국익에 따라 각국이 양산하는 역사 갈등이 확대,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박 위원장은 진단했다. 따라서 동북아의 역사·영토 갈등을 해결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각국 NGO들 간의 국제적인 연대와 시민사회의 활발한 교류활동이 필수적이라는 것.

박 위원장은 “지난해 1회 대회때 참가자들이 이 같은 취지의 대회가 열리는 데 대해 전폭적으로 공감했다”면서 “특히 일본 NGO 관계자들은 ‘NGO 활동이 활발한 한국이니까 이런 대회를 열 수 있다’며 부러워했다”고 전했다. 향후 ‘역사NGO 세계대회’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한·중·일이 돌아가면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박 위원장은 덧붙였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