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역사 갈등, NGO가 풀어야”

‘대화를 통해 역사적 경험을 공유했다.’

지난 8일부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렸던 제2회 ‘역사NGO 세계대회’가 12일 닷새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막을 내렸다. 국내외 23개국 400여명의 학자와 전문가,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이 참가해 ‘동아시아 역사화해를 위한 세계시민사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던 이번 대회는 특히 한·중·일 등 동북아 3국의 역사·영토 갈등 해결을 위해선 각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박원철 대회 조직위원장은 “동북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지속적인 교류 활동을 펼쳐야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각국의 시민사회가 서로의 역사적 경험을 나누는 것을 넘어 향후 함께 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단초를 다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회 전개 = 9일 열린 개회식에서 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 일본 스루가다이(駿河臺)대 명예교수는 ‘동아시아 역사화해를 위한 세계시민사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했다. 아라이 교수는 “각국 정부의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간 차원에서 벌어지는 역사 인식 공유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충분히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개막 심포지엄에선 왕시량(王希亮)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사회과학원 교수의 ‘역사기억을 통한 미래세대 교육’, 존 W 맥도널드 미국 멀티트랙 외교연구소 대표의 ‘영토 영해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 균터 자토호프 독일 ‘기억, 책임 미래재단’ 사무총장의 ‘국가, 기업 및 시민사회의 역사적 책임’, 가오진쑤메이(高金素梅) 대만 입법위원의 ‘대만 원주민 여성으로서 전쟁의 기억과 역사인식’ 등이 발표됐다.

이밖에 ‘인간 중심의 전쟁기억과 역사인식’ 등 모두 6개의 주제심포지엄이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됐다. 또 19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다양한 포럼이 대회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이 가운데 10일 열린 ‘동북아 영유권 분쟁 및 역사 갈등 해소’ 세미나에서 일본측 발표자로 나선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논리는 주로 국제법적 영토 영유이론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을 결합시켜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러나 일본의 주장은 현재 상태로도 모두 논박이 가능하며, 앞으로 한국은 독도 영유논리를 체계화해 세계의 주요 국가와 주요기관 등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회 성과 = 무엇보다 민간 주도로 역사 갈등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각국에서 참여한 학자와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역사적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상대의 역사적 경험 또한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가오진쑤메이 입법위원은 전혀 조명받지 못했던 대만 원주민의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줬고,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만든 단체인 ‘버마행동’은 ‘버마 민주화를 위한 한국의 역할’에 대한 세미나와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밖에도 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내부사정과 NGO단체들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세션 중 하나인 ‘청소년 역사체험 발표대회’에 참가한 김영훈(공주 한일고)군은 “학교에서 역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보다 뜻 깊은 경험을 하고 싶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 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자원봉사자로 대회에 참여한 홍동화(한국외대 중국어과)씨는 “모든 사람이 평화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이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 역시 각국 참가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의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