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포커스>문화계 불황 ‘오픈런’으로 뚫는다

경제불황과 함께 문화계도 전반적으로 어렵다. 환율이 급상승, 해외 유명공연이 잇따라 취소되고 기업후원도 크게 감소, 문화계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그러나 ‘쇼는 계속돼야 한다(Show must go on)!’ 18일 문화의 날을 맞아 틈새 시장을 개발, 불황을 뚫고 오픈런(open run·무기한 공연)으로 끝없이 달리는 공연들의 배경을 들여다 본다.

우선 뮤지컬. 양적으로는 클래식, 연극, 무용 등 전체 공연의 10%에 불과하지만 공연계 전체 매출의 50%를 넘는 공연계의 왕자다. 1994년 초연, 14년째 서울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무한궤도를 달리며 한국 공연계의 오픈런 시대를 연 극단 학전의 록뮤지컬 ‘지하철1호선’(02-763-8233)이 11월2일 마침내 막을 내린다. 그러나 ‘지하철1호선’, ‘명성황후’와 함께 한국 뮤지컬 ‘빅3’중의 하나인 PMC의 논버벌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 ‘난타’(서울 중구 정동 난타전용관·02-739-8288)는 1997년 초연이후 아직도 욱일승천의 기세로 한국 공연시장을 난타하고 있다. PMC측은 “‘난타’의 연간 매출액은 아직도 15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창작뮤지컬 연우무대의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대학로 르메이에르소극장·02-744-7090)와 공연제작사 뮤지컬해븐의 ‘김종욱 찾기’(〃 예술마당1관·02-501-7888)도 신세대를 겨냥한 톡톡 튀는 감각과 함께 묵직한 감동으로 스토리와 음악을 버무려 지난해부터 오픈런으로 달리고 있다.

올들어 독특한 감각의 번역 뮤지컬도 인기를 끌며 오픈런으로 공연중이다.

헤모글로빈이 가득한 B급 컬트영화를 연극적 상상력으로 녹여내 배꼽을 잡게 하는 뮤지컬로 만든 쇼팩의 ‘이블 데드’(〃 SM스타홀·02-2061-3307)와 동성애 가수의 애환을 그린 컬트뮤지컬 쇼노트의 ‘헤드윅’(서울 강남구 삼성동 KT&G상상아트홀·02-501-7888)도 오픈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펠엔터테인먼트의 체코 록뮤지컬 ‘햄릿’(숙명여대 숙명아트센터 씨어터S·02-715-6358)은 독특한 예술성으로 오픈런 뮤지컬 대열에 가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동수컴퍼니의 ‘우동한그릇’(11월2일까지 대학로 김동수플레이하우스·02-3675-4675)은 계속 차수를 바꿔가며 사실상 오픈런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또 극단유의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11월11일부터 대학로로 진출, 이다1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한다.(02-556-5910) 한국 가족극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들 작품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뮤지컬이다. 가족극은 아이들을 위해 만들지만 역시 돈을 내는 것은 어른들이므로 어른도 함께 만족시켜야 성공한다는 공연계의 통설을 증명했다.

관객 참여형 추리연극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해븐의 연극 ‘쉬어매드니스’(예술마당2관·02-501-7888), 그리고 코믹과 멜로를 절묘하게 버무려 10년째 공연중인 이랑씨어터의 ‘용띠위에 개띠’(이랑씨어터·02-766-1717)도 연극중에서 이례적인 오픈런 공연이다.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