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듣는 부동산 ‘視界 제로’

부동산 시장이 정부 대책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의 잇단 시장 활성화 처방에도 불구, 미분양은 늘어가고,주택거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3일 수도권 부동산업소들과 스피드뱅크 등에 따르면 정부가 건설사 유동성 공급과 투기지역 해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10.21대책을 발표했지만 매수세보다는 오히려 매물을 내놓겠다는 문의만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잇단 대책 불구 시장은 ‘잠잠’=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우성아파트 주변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개점 휴업 상태였다. 오전 9시부터 문을 열어 놓았지만 아파트를 내놓겠다는 전화만 2통 걸려 왔을 뿐 방문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100여가구가 주변 각 중개업소에 매물로 등록돼 있지만 매수의사를 밝힌 이들은 없었다.

10.21 대책이 시장에 이미 잘 알려진 21일 대한주택공사가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내 상가도 무더기 유찰됐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주공이 20~21일 입찰한 경기 성남 판교지구 23개 점포중 6개만 낙찰됐다.이 기간동안 입찰한 전국 주공상가의 입지여건과 상권 미래가치 등이 괜찮은 것으로 분석됐음에도 점포 78개중 17개만 낙찰됐다.

입주 시작 3~5개월이 지난 상가들의 10월 현재 입주율도 저조하다.서울 송파구 잠실 트리지움아파트 단지내 상가의 경우 210여개 점포의 절반가량만 입주된 상태이다. 또 경기 과천의 래미안슈르도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 상가임에도 50%대의 입주율에 그치고 있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정부대책에도 시장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은 경기불황에 고분양가·고임대료 등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찔끔대책보다 근본 처방 필요 = 부동산시장이 정부의 활성화 처방에도 불구,동면 상태에 빠진 것은 금리 상승,주택공급 과잉 등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의 ‘찔끔대책’과 현실과 모순된 정책 발표도 한몫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여덟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지난달에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명분으로 ‘6억원 초과 9억원 미만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를 내용으로 한 9.1대책, 19일에는 보금자리주택 보급，그린벨트 해제를 담은 ‘서민주택 공급확대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9월 서울 집값은 전달보다 0.19% 빠지고, 첫 분양에 들어간 김포 한강신도시 미분양도 이어졌다. 앞서 ‘6.11 지방 미분양 해소대책’에도 불구, 7월에 집계한 6월 전국 미분양 주택도 전달보다 1만9060가구 늘었다.

정부 대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는 것은 느슨한 규제완화와 정확한 현실진단없이 정책을 발표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0.21대책의 경우 은행들이 돈가뭄에 시달리는 데 주택담보대출을 늘릴수 있겠냐는 것이다.

또 주택수요를 늘리려면 가계 부채 축소와 이자 낮추기를 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이에따라 부동산 시장의 근본문제인 고분양가와 과잉공급해소, 재건축 규제 완화,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등 실제 시장이 받아들이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