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大혼돈’>환율 이용한 해외여행·송금 ‘新풍속’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달러화나 위안화, 엔화에 대한 세계 각국의 화폐 가치가 큰 폭으로 평가절하되면서 각국마다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화폐가치 변화로 때아닌 해외 역송금이나 관광특수가 성행하는가 하면 그래도 ‘근검절약이 최고’라는 전통 가치로의 회귀 움직임도 다시 늘고 있다.

◆ 비쌀 때 보내자 = 29일 현재 한국의 원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설이 나오기 이전인 9월1일 대비 36.0%나 상승했으며 일본의 엔화는 50.3%, 중국 위안화는 36.7%나 평가절상됐다. 이 때문에 중국 베이징(北京)시내 한국교민 집단 주거지역인 왕징(望京)의 한국계 은행에는 그동안 1~2명에 불과했던 한국으로의 역송금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은행 베이징지점 관계자에 따르면 1위안당 200원을 넘어서자 한국으로 위안화를 역송금하기 위해 베이징지점과 왕징지점을 찾는 고객들이 최근들어 하루 40명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싼값에 즐기자 = 환율 차이에 따른 때아닌 관광특수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3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엔화나 위안화 가치 급상승에 따른 한국 여행 경비 감소로 이달부터 한국을 찾는 일본, 중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본 하네다(羽田), 나리타(成田)공항은 물론 후쿠오카(福岡)항 고속페리 국제터미널에는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중국 라디오방송은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그동안 경비문제로 한국 관광기회를 미뤄왔다면 지금이 기회”라며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독려하고 있다.

30일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22만2800여명으로 지난 9월의 19만1141명보다 16.5%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도 지난 9월보다 13.5% 늘어난 23만900여명으로 집계됐다.

21억달러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한 아이슬란드도 자국 화폐 크로나의 폭락에 따라 그동안 ‘비싼 나라’로 인식돼 현지 방문을 꺼렸던 국외 관광객들이 10월부터 급증하고 있다고 아이슬란드 뉴스포털 아이스뉴스가 밝혔다.

◆ 그래도 절약뿐 = 하지만 싼값에 즐기기보다는 사치스러운 소비행태를 버리고 전통적인 근검절약의 가치로 회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스페인 북부 공업항만 도시 지욘의 한 식당에서 1유로(약 1800원)짜리 ‘금융위기 맞춤메뉴’를 내놓자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AF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다리오’라는 식당에서 이달초부터 내놓은 특가세트는 매주 목요일 해산물수프와 닭고기샐러드, 빵, 음료 등으로 이루어진 메뉴. 그동안 10유로이던 가격을 1유로로 내리자 싼값에 식사를 즐기려는 손님들로 식당내 49개 좌석에 2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또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영국인들의 가치를 형성해온 ‘근검절약’의 분위기가 되살아나면서 ‘더 크고 좋은 것을 사려고 했던 기존의 사치 습성을 버리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가디언은 남은 음식으로 요리하기, 에너지 사용 줄이는 방법, 도심지의 정원에서 채소 재배하는 법 등 ‘새로운 시대’에 사는 법을 소개했고, 더타임스는 낡은 옷을 수선해 멋스럽게 연출하는 방법을 실었다.

한강우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