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대>바이든-체니 ‘2인자’ 첫 만남

딕 체니 미국 부통령 부부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 부부도 13일 수도 워싱턴의 부통령 관저에서 만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와 버락 오바마 당선자 부부의 백악관 만남에 이은 ‘넘버 투’ 간의 첫 인수인계 절차로, 외교안보정책에서 전무후무한 실세역할을 해온 체니 부통령과 상원외교위원장 출신의 외교통 바이든 당선자 간에 외교안보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 막강 부통령 역할 인수인계 = 체니 부통령실의 메간 미첼 대변인은 이날 “체니 부통령과 린 체니 여사가 13일 바이든 당선자와 질 바이든 여사를 해군 천문대 내 부통령 관저로 초청해 사적인 회동을 가지고 이어 관저도 함께 둘러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두 사람의 만남이 단순한 저녁 자리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직 대통령 유고 때의 권력승계를 제외하면 뚜렷한 직무 규정이 없는 부통령 자리지만 체니 부통령은 이라크전을 설계하고 사실상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군사외교정책을 주도해왔다. 바이든 당선자 역시 30여년간의 상원의원, 외교위원장을 거치면서 워싱턴의 정치와 외교정책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체니 부통령은 지난 3월 이스라엘 방문 당시 ‘차기 부통령도 자신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리처드 닉슨은 부통령 당시 시내에 사무실을 갖고 있었고 해리 트루먼도 부통령 당시에는 의회에 사무실을 갖고 있었다고 소개했었다. 바이든은 지난 8월말 민주당 전당대회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체니의 무소불위 역할을 비판했다. “앞으로 미국의 공직자들은 가장 무서운 8개 단어를 더이상 듣지 않을 것”이라며 “그 말은 바로 ‘부통령실에서 전화 왔다’는 말”이라고 말했었다.

◆ “바이든은 ‘상원 특사’ 역할을” = “바이든을 바쁘게 만들어라. 부통령이 국무장관 역할을 하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상원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라.”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요즘 바이든 부통령의 임무에 대해 ‘초당파적 가교역할’을 주문하고 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이 전했다.

상원에서 워싱턴 정치와 외교안보정책을 좌지우지하며 때로는 직설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 바이든이 ‘할 일 없는’ 부통령 자리에 앉을 때 과연 참아낼지 걱정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로서는 바이든의 놀라운 장점을 살리면서 그의 결점은 억제하는 것이 지속적인 도전이 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기에 민주당 관계자들이 주문하는 바이든의 역할은 상원 의장으로서 민주·공화를 아우르는 가교 역할이다.

실제 바이든은 오랜 상원의원 경력에다가 붙임성 있고 부드러운 성격 덕에 공화당과도 가깝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 57석을 차지해 반수를 넘겼지만 공화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바이든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실제 바이든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상원 특사’를 자임했던 린든 존슨 부통령(케네디 사후 대통령직 승계)을 닮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