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기록 안된 ‘선조의 삶’ 밝혀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에서 1일 발굴체험을 하고 있는 송파문화재해설봉사단원들. 곽성호기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조선 전기 대형 건물지가 발굴된 국립문화재연구소 경복궁 광화문권역 발굴조사현장. 곽성호기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21일 공개한 부여 정림사지 발굴조사현장 전경. 문화재청 제공

경복궁 광화문권역에서 확인된 조선전기 홍례문(弘禮門·흥례문의 옛이름) 밖 동서 회랑 건물터부터 부여 정림사지에서 새롭게 밝혀진 백제 사비시대(538~660)의 전형적인 가람 구조까지. 잊어진 우리 역사의 공백을 메워줄 발굴성과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문화재청이 허가한 지표조사와 발굴조사 건수는 각각 1530건과 1259건. 130여개 발굴·지표조사기관에 속한 1870여명의 조사인력들(올해 8월말 기준)은 전국 각지의 발굴현장에서 오늘도 꽃삽을 잡고 우리 선조의 흔적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씨름하고 있다.

1. 현대사회의 매장문화재 의미는

매장문화재는 우리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적 또는 유물들 중 보통 땅속에 묻혀 있거나 물속에 잠겨 있는 것들을 가리킨다. 이러한 문화재들은 시간적으로 볼 때 인류가 문자를 만들기 전에 형성된 것들이 주를 이루며, 최근에는 역사 시대에 조성된 매장문화재들도 활발히 발굴되고 있는 추세다.

매장문화재는 조상들이 실제 사용하던 물질적 증거들이기 때문에 과거 사람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살았는지를 유추해내는 결정적 자료이며, 역사 기록과의 대비를 통해 부족한 문헌 자료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따라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과거 조상들이 남긴 귀중한 문화유산의 적극적인 발굴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과 사회상을 추정하고 복원해 나갈 수 있다.

2.매장문화재의 존재를 어떻게 알 수 있나

매장문화재는 흔히 육안으로 관찰되는 흔적을 통해 발견한다. 지상에 구조물이 드러나 있거나 관련 문헌·기록 등을 통해 그 위치를 알 경우에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매장문화재가 땅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가의 조사를 통해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이 작업을 ‘지표조사’라고 부르는데, 이는 지형적으로 매장문화재가 분포할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실제 도보로 답사하면서 석기나 토기, 자기 등의 유물이 발견되는지, 혹은 무덤의 봉분이나 산성의 석축 흔적 등이 남아 있는지를 세밀히 관찰함으로써 매장문화재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3.어떻게 발굴되나

지표조사를 통해 매장문화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에 대해서는 일단 유물의 분포 범위를 파악하기 위한 시험 발굴을 실시한다. 예를 들면 전체 지역을 다 파내는 것이 아니라 방격(바둑판식 발굴)이나 도랑의 모양으로 최소한의 범위를 파내려 가면서 전체 유적의 범위 및 유물의 집중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굴조사’의 결과에 따라 발굴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표면에서부터 수직으로 더 이상 유물이 나오지 않는 층까지 완전히 파내려 가면서 유물의 출토 상황 등을 기록, 실측(도면화)하고 촬영하는 등의 작업을 벌이는데, 이를 ‘발굴조사’라고 한다.

4. ‘구제(救濟)발굴’과 ‘학술발굴’의 차이점은

흔히 구제발굴은 대규모의 공사나 개발에 앞서 매장문화재의 존재 여부를 확인, 조사하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대부분 개발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발굴조사를 벌여 필요한 정보를 습득한 뒤 조사가 완료된 현장에 대해서는 공사를 진행토록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반해 학술발굴은 개발 등과 관계없이 순수하게 유적의 성격이나 의의 등을 밝히기 위한 학술적 목적의 조사로 국가 사적지나 대학교에서의 실습 등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문화재보호법에 ‘3만㎡ 이상의 개발대상지에 대해서는 사전에 문화재 조사를 의무화’하도록 명시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추진되는 상당수의 개발 현장에서 구제발굴이 실시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5. 발굴은 누가 하나

현행 규정상 발굴조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은 문화재청에서 공인하도록 돼 있다. 대체로 국립문화재연구소나 국립박물관 등의 국가기관과 고고학을 전공하는 교수가 있는 대학 또는 대학박물관, 그리고 최근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발굴전문기관 등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또한 문화재청에서 요구하는 특정 자격 요건을 갖춘 조사원들을 확보해야만 발굴조사를 할 수 있다. 조사원들의 자격은 대부분 고고학 등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문화재 관련 기관에서 일정 정도의 경력을 쌓아야만 인정해 주고 있다. 조사원은 학력 또는 경력에 따라 책임조사원, 조사원, 조사보조원, 보조원 등 네 단계로 세분된다.

6. 발굴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

우리나라는 현재 발굴의 원인을 제공해 시행하는 자가 발굴 비용을 부담하도록 돼 있다. 시행자 또는 원인자 부담 원칙이다. 문화재는 원형 보존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로 원형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 원인을 제공한 자가 비용을 부담해 발굴을 실시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문화재 현상 변경의 이유와 목적 등이 다양해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실시되는 발굴은 그 면적과 기간이 제각각이라 소요되는 비용도 전부 다르다. 최근 이러한 규정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견이 제시되면서 공공재로서의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기금의 조성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7. 발굴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

발굴 방법은 그 목적과 유적의 성격, 면적, 비용 등 여러가지 요인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원칙적으로는 발굴 범위 전체를 수직으로 파내려 가면서 유물의 출토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만 전면 발굴에 앞서 필요에 따라 트렌치조사(도랑파기법)를 통해 유물의 분포범위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수중 발굴은 대부분 확인된 유물을 인양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땅을 파는 대신 유물의 출토상황만 기록한 뒤 유물을 수습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모든 발굴은 동일한 원칙과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8.발굴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발굴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선조들이 남긴 다양한 삶의 증거와 자취다. 특히 문자가 없던 시기에는 발굴이라는 특수한 과정에서 얻어진 물질 증거를 통해서만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으며, 역사시대에 있어서도 때로는 문헌 기록에 없던 새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풍납토성 발굴을 통해 기원전후~5세기 말 백제인이 남긴 다양한 유적과 유물이 확인됐는데, 궁전이나 신전 건물, 수백 기의 집터, 제사용 또는 저장용 구덩이, 도로를 비롯한 중요 유구(遺構)와 이를 둘러싼 거대한 토성, 그리고 토기 등이 발굴됐다. 조선시대의 정궁인 경복궁에서는 태조때와 고종때 두 차례에 걸쳐 만들어진 ‘광화문’과 그 담장의 기초, 왕과 왕비의 침전, 드라마 ‘대장금’의 배경이 됐던 주방, 외국 사신을 접대하던 장소 등 당시 궁궐의 다양한 건물들이 발굴됐다.

9.국내의 대표적 발굴조사 성과는

시대로 볼 때 선사시대의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경기 연천의 전곡리 구석기유적, 서울 암사동과 강원 동해안의 고성 문암리 및 양양 오산리로 대표되는 이른 시기 신석기유적, 청동기시대 전형적인 취락과 주거지의 양상을 보여주는 부여 송국리유적, 철기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창원 다호리유적과 광주 신창동유적 등이 있다. 삼국시대에 접어들면 성곽과 대형 고분, 절터 등이 출현하는데 백제시대 유적으로는 서울의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석촌동 고분군이 대표적이다. 최근 부여에서는 금동대향로가 출토된 능사, 목탑지가 발견된 왕흥사 등 백제의 왕실 사찰도 발굴되고 있다. 신라시대는 천마총과 황남대총 등 거대한 규모의 왕릉과 왕실의 정원유적인 안압지, 신라의 호국사찰인 황룡사 등이 발굴됐다.

10.발굴조사 뒤 현장은 어떻게 되나

발굴조사의 성격에 따라 현장 처리가 달라진다. 사적지 정비를 위한 발굴일 경우 발굴된 유적을 기초로 추가적인 정비와 복원이 이루어진다. 이때에는 발굴된 유적의 보존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한편 구제발굴은 대부분 개발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발굴 후 기록을 유지하고 유물을 수거한 뒤에 유적 자체는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구제발굴의 경우에도 유적의 보존가치가 인정되면 개발을 중단하고 문화재로 지정해 되묻는 경우가 있으며, 발굴된 상태로 원위치에 현장 보존 조치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장소에 옮겨 복원함으로써 교육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도움말 = 신희권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