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 저작권 ‘묻지마 소송’

  • 문화일보
  • 입력 2008-11-2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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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을 상대로 한 ‘저작권 소송’에 법무법인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만화책이나 영화 등 콘텐츠 저작권자가 직접 불법 복제자들을 고소했던 과거와 달리 법무법인들이 앞장서서 고소를 남발하는 바람에 일선 경찰서는 업무 마비 상태에 빠졌다. 또 초등학생부터 컴퓨터를 모르는 노인들까지 마구잡이로 고소를 당하는 실정이다. 지적재산권은 보호돼야 하지만 저작권 소송이 법무법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저작권 고소 폭증 = 초등학교 6학년생인 김모(13)군의 어머니는 최근 김군이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됐다는 경찰의 전화를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김군이 자신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 만화책을 스캐닝해 올렸다는 것이었다. 김군의 부모는 고소한 법무법인에게 ‘어린 아이니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김군의 부모는 ‘합의하면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고 법무법인측에 합의금 60만원을 보냈다. 김군처럼 법무법인으로부터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피소당한 네티즌들은 크게 늘었다.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에 접수된 저작권 관련 고소건수는 지난해 500여건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1월 현재 2200건을 넘어섰다. 강동경찰서도 올해 들어 현재까지 1400건의 저작권 관련 고소장이 접수됐다. 지난해 180건에 비해 8배 가까이 급증했다. 서초경찰서에도 매달 400~500건이 접수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고소를 원하는 저작권자가 직접 고소했지만, 현재는 법무법인이 합의금 중 일부를 받아가는 것을 조건으로 저작권자와 대리계약을 맺는 등 고소를 ‘기획’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엔 1~2개 법무법인만 고소에 참여했는데 현재는 수십개로 확산됐다”며 “법무법인들은 아르바이트생까지 동원해 인터넷 상의 저작권 침해사례를 찾고 있으며, 한번에 100여건씩 무더기로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묻지마 고소’로 부작용 속출 = 법무법인들은 저작권 침해 네티즌의 아이디(ID)와 캡처화면만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는 바람에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선 경찰서는 피고소인들의 신원 확인을 하느라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ID의 주인 한 명을 확인하기 위해선 해당 사이트 운영업체에 협조공문을 보내 다시 회신을 받는 등 3~5일이 걸린다”며 “기껏 조사를 마쳐놓으면 합의가 이뤄져 고소가 취하되기 때문에 일할 의욕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사이에선 “경찰이 법무법인들의 돈벌이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노소를 가리지 않는 ‘묻지마 소송’에 대해서도 비판이 높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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