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기술의 미래를 위한 5대 과제

한국의 과학기술 중 세계 최고의 기술은 전혀 없고 5년이 지나도 하나도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90개 중점 과학기술에 대한 기술수준 평가 결과 세계 최고 기술의 72.8%에 그치고, 1위에 6.8년 정도 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기술 수준이 가장 높다는 정보·전자·통신 분야도 세계 최고 기술의 81.4% 수준에 불과하고, 기술 격차는 3.8년이나 된다. 그래도 나은 분야가 방통융합 콘텐츠 서비스 기술, 상변화 메모리 개발 기술 등으로 각각 0.1%, 1.1%의 기술 격차만을 보이는 반면 바이오 분야와 에너지·자원 분야는 각각 68.6%와 76.1%의 높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검토한 364개 세부기술 중 미국이 270개로 최고 수준이고,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각각 60개와 34개로 나머지에서 최고 수준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의 경쟁력을 보장받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다섯 가지를 정리해 본다.

첫째,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사업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연구개발은 대기업에 비해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 우리나라 R&D 투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대에 머물고 있다. 새 정부는 이를 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나 양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질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개발된 기술이 이전되고 사업화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둘째, 장인(마이스터) 정신을 키워야 한다. 일본과 EU의 기술력은 마이스터 정신의 자부심을 기반으로 대를 이어 경영하는 건강한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오랜 기간 한 가지 제품에 매달려 경쟁력을 높이다 보니 최고 수준의 기술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도 세계 최고 기술을 추구하는 마이스터가 대우 받고 존경 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수많은 마이스터가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각 대학에 지급되는 사업성 특별 예산의 효과를 극대화해 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이 나와야 한다. 역대 정부들은 첨단 과학기술 분야 핵심 인력을 중점 양성하기 위해 두뇌한국21(BK21) 사업을 수행해 왔고, 현 정부도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WCU)을 추진하고 있다. BK21 사업은 그동안 예산 낭비를 줄이고 연구윤리를 강화하기 위해 사업비 집행 관리 등을 개선해 왔다. 세계 일류 대학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연구의 양은 물론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산학 협력을 통한 기술력 향상에도 힘써야 한다.

넷째, 해외 우수인력을 적극 유치해 활용해야 한다. 미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수 인재를 성공적으로 유치해 기술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삼성그룹은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 된 것도 ‘인재 풀’을 구성하고 인도·러시아 등 ‘신흥 정보기술(IT)·기초소재 강국’의 천재급 인재를 유치하는 데 역점을 두어 왔기 때문이다.

다섯째, 해외 우수 인력을 광범위하게 확보하기 위한 사회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로마제국의 영광은 누구나 로마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한 국적 제도에서 비롯됐다.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민족을 포용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또한 우수한 해외 인재들이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다민족 국가의 매력을 우리 스스로 느껴야 한다. 또한 외국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연강흠 / 연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