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금융위기 초래 미안” 첫 고백

임기가 50일도 채 남지 않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금융위기 사태 등에 대해 “미안하다”고 처음으로 고백했다. 그는 1일 방송된 ABC ‘월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임 8년간의 소회를 밝혔다. 인터뷰는 11월26일 메릴랜드 주 캐톡틴 산중의 대통령 전용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진행됐다. 두 개의 전쟁과 일방주의, 경제위기로 점철된 재임기간을 돌아보는 부시의 얼굴에선 연신 씁쓸함이 묻어 나왔다고 ABC는 전했다.

◆‘미안하다(sorry)’ = 부시는 인터뷰에서 “그 일(금융위기)이 발생하게 된 데 대해 미안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자신의 임기 중 미국 경제가 추락한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역사를 기록될 때가 되면 사람들은 월스트리트에 대한 많은 결정들이 10여년에 걸쳐 이뤄진 것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해 자신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연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생각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미국인들은 우리가 이 시스템을 보호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하고 더 많은 개입이 필요하다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는 또 “경제위기에 직면했을 때 또 다른 대공황을 피하기 위해 대담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며 “나를 두렵게 한 것은 엄청난 금융 붕괴를 야기할 수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과 대공황보다 더 엄청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후회한다(regret)’ = 부시는 재임 중 가장 후회스러운 일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치하의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는 데 실패했던 것을 꼬집었다. 실패의 원인도 “정보에 정통한 많은 사람들이 WMD가 후세인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나는 (취임 당시) 전쟁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테러 공격을 잘 다룰 수 있을 것이라며 선거운동을 벌이지도 않았고 전쟁을 예상하지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부시는 ‘만약 이라크가 WMD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추측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부시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철군이 자신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에서의 철수를 조언했지만 그것은 아주 결정하기 힘든 요청이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즐거웠다(joyful)’ = 부시는 이 같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지난 8년간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게 즐거웠다”고 밝혔다. 그는 “원칙적인 방법으로 어려운 결정들을 내렸으며 정치를 위해 영혼을 팔지 않았던 대통령으로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차기 대통령이 된 것에 대해 “공화당에 대한 평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일부 사람들은 나 때문에 오바마에게 투표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해 자신의 책임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