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의 모순’… 건설사 부도 공포

금융권의 대주단(채권단) 협약에 가입한 일부 건설사들이 대주단 제도의 모순으로 부도 공포에 떨고 있다. 금융권의 대주단 협약 가입 승인을 받아 대출 만기분이 연장됐으나 군인공제회 등 공제기금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 보증분은 연장이 안돼 부도위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24일 건설업계와 국회 김효재(한나라당) 의원 등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중견건설업체 A사 등 40여개사의 지급보증으로 PF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군인공제회의 PF사업 참여회사중 일부가 지급보증 만기 연장을 받지 못해 부도상황에 처해 있다. 대주단 제도의 모순으로 군인공제회, 교원공제회, 행정공제회, 건설공제회 등의 공제기금은 금융권의 대주단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견건설업체로 대주단 협약에 가입해 이달 초 승인받은 A사의 경우 금융권 대출금은 만기연장을 받았으나 군인공제회의 PF사업 지급보증분은 만기 연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A사는 서울에서 노인주택을 시공하면서 군인공제회의 시행사 대출에 지급보증(350억원)을 했으나 시행사의 부실로 대신 갚아야 할 상황에 처해 100억원은 대신 갚았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250억원은 갚지 못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A사에 ‘PF 지급보증분에 대해 12월24일까지 갚으라’는 독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대주단 협약에 가입·승인받으면 금융권과 기금의 대출 및 지급보증 만기 연장을 당연히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군인공제회의 독촉을 받고 부도 위기에 몰린 것이다.

A사 B대표는 “시행사 대출금에 대해 지급보증한 자금을 갚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노인주택을 40% 할인분양(임대)하고, 계열사 매각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대주단 가입·승인을 받으면 숨통이 트일까 했는데 군인공제회 지급보증 연장이 안돼 부도 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B대표는 또 “군인공제회의 지급보증 분에 대한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대보증한 자회사 등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며 파장을 우려했다.

A사 외에 군인공제회의 PF사업은 40여건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 중 10여건의 PF사업은 지급보증 만기가 내년 상반기 이내에 몰려 있어 유동성 위기의 건설사들이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연쇄 부도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