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희망을 낳는 월드컵 도전

지난 3일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2018년, 또는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유치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문화일보 2월3일자 1면 참조)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의 월드컵 유치 발표는 유치 가능성 여부에 앞서 발표 시점과 형식, 그리고 국내 사정 때문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일부에서는 ‘깜짝’ ‘전격’이라며 축구협회가 새로운 회장을 맞으면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급조된 전시행정으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또 다른 편에서는 정부와의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국가적인 분란만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강원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삼수’에 나서고 ,부산이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2018년 또는 2022년 월드컵축구대회 유치가 급조되거나 자신을 알리기 위해 그냥 ‘찔러보기’가 아님을 확실히 했다. 그는 기자에게 전 회장이었던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부회장과의 사전 공감과 정부와 일정부분 협의가 있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또 다른 축구협회 관계자는 “정몽준 명예회장은 이미 유치 의지를 갖고 있었지만 회장 선거가 1월 열리는 바람에 신임 회장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유치 신청 공식 발표가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논란이 될 평창의 동계올림픽과 부산의 하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해서도 조 회장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하는 것이고, 월드컵은 FIFA가 결정한다. 오히려 영국은 2012 런던올림픽을 개최하며 월드컵 유치에 한층 탄력을 받았다. 오히려 긍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월드컵과 올림픽의 동시 유치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번 유치전을 이끌어갈 조 회장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한국 축구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힐난했던 2002년 대회도 성공리에 유치했다. 우린 당장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세계적인 규모의 월드컵구장을 10개나 갖고 있다. 그 때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모든 조건과 정황을 충분히 고려했다. 심사숙고해 결정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어차피 두 대회 중 한 번은 기회가 온다. 다른 국가들의 의지도 있지만 결국 호주·일본과 3파전을 벌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FIFA는 월드컵 유치 입찰 조건으로 ▲최상의 인프라 및 경기시설 ▲약 12개 경기장 ▲최신 TV 방송설비, 정보 및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 수송 및 숙박 시설 등을 내세웠다. 한국의 인프라는 전세계 국가들과 비교해 뒤질 것이 없다. 또 세계최고의 경기장을 갖추고 있다. 정보기술(IT)강국 대한민국은 정보통신 분야에선 따라올 국가가 없을 정도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서는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또 월드컵의 성공적인 유치 경험과 월드컵 6회 연속 진출이라는 내세울 만한 축구역사도 가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2002년 개최 후 16년, 또는 20년만에 또다시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것은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멕시코가 1970년 개최 후 1986년 또다시 월드컵을 개최한 선례가 있다. 월드컵대회를 두차례 치른 나라도 5개국이나 된다. 또 2002년 월드컵 때도 일본에 비해 한참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공동개최의 결실을 얻어낸 경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2002년의 ‘붉은 물결’추억과 ‘통합’을 이뤄냈던 국민의 욕구와 성원이 유치 당위성의 첫 번째다. 혹여 이뤄지지 않더라도 가뜩이나 힘겹고 짜증스러운 이때에 2002년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월드컵축구대회 유치 도전은 반가운 일이다.

[[박광재 / 체육부장]] kj5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