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수상한 자금 800억’ 추적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박연차(64) 태광실업 회장의 수상한 자금 800여억원에 대한 본격적인 추적 작업에 나섰다. 검찰은 수상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추적해 그동안 박 회장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 등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 로비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박 회장의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확인 중”이라며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회장 돈의 흐름을 추적해 박 회장이 정치자금법이 규정한 정당한 정치자금 외에 정치권 인사들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있는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가성 금품을 제공했는지 파악 중이다.

대검은 지난해 박 회장에 대한 탈세 의혹과 농협 자회사 휴켐스 헐값 인수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박 회장의 수상한 자금 800여억원을 확인했다.

검찰은 특히 박 회장이 태광실업의 홍콩 현지법인 APC를 통해 배당받은 685억원의 자금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이 돈이 당시까지 국내로 유입된 정황을 파악하진 못했다고 밝혔었다. 검찰은 이 돈이 박 회장의 자녀에게 건네갔는지 여부와 또 여러 경로를 거쳐 국내로 유입돼 정치권 등으로 흘러갔는지 다시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관련 계좌에 대한 정보를 넘겨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검찰은 또 최근 박 회장의 장녀를 불러 박 회장과 태광실업의 자금 운영 전반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또 박 회장이 2005~2006년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 차명 거래 등을 통해 거둔 시세차익 294억원 가운데 휴켐스 인수자금으로 사용된 121억원 외에 173억원에 대해서도 추적 작업을 벌여왔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회의장을 지낸 박관용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은 “2006년 정치권에서 은퇴한 뒤 박 회장이 연구소에 후원하겠다고 해 돈을 받은 적은 있지만 불법적인 돈은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