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AM7]시청자에게 욕 많이 먹을수록 “이제 떴구나” 실감 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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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꽃남’만 있는게 아니다. 여주인공은 비록 소박한 잔디(구혜선)로 불리지만 사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얼짱’인데다, F4의 무수한 여자들과 ‘정혼자’까지 각양 각색 ‘꽃녀’들의 활약이 잠잠할 날이 없다. 신화고등학교 ‘미녀 삼총사’의 ‘왼쪽 날개’ 미란다를 맡은 민영원(25)도 ‘꽃녀’ 중 한명이다. 신화고 가십의 산실 겸 금잔디 역경의 원천으로 “오, 마이갓!”과 “서민 주제에~”를 입에 달고 사는 악역이지만 ‘꽃남’이 낳은 무수한 기대주 중 한명으로 관심도 뜨겁다.

착한 역할도 진짜 잘할 수 있는데 억울해요. 하지만 욕 많이 먹는만큼 연기가 실감난다는 것이니까, 신나해야죠?” 길거리 캐스팅―데뷔―집안 반대―활동 중단―활동재개. 민영원의 연예계 입문은 연예가를 떠도는 데뷔기의 한 전형을 따르고 있는 듯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무척 드라마틱하다.

요약하자면 돌연 금잔디가 되버린 미란다의 사연이랄까. 유복했던 집안은 아버지의 사업이 ‘줄부도’를 맞으면서 무너졌고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 일 아니었으면 저 진짜 미란다처럼 살았을지도 몰라요. 사업이 잘못되서 식구들은 다 헤어져 지내는데 막막하더라고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택해 살길 바라실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민영원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으로 망설임없이 “착한 역할, 금잔디같은 역할”을 꼽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제가 전기 끊기는 아픔이 어떤건지 알거든요. 아버지가 ‘함께 죽자’고 마당에 땅까지 팠는데, 전 이런 얘기 아무한테도 못했어요. 그때의 아픔을 연기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그런 아픔을 되새겨 진심으로 연기를 하면 시청자도 관객도 정말 제 마음을 느끼실 것 같아요.”

집안 사정은 이후 호전됐지만 자신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사연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만 알고 살았는데 힘든 사람도 많고, 힘들 때 도움을 받는게 얼마나 귀중한지도 깨달았고요.”

상황이 상황이었던만큼 연예인이 되려고 했던 목표 의식도 뚜렷할 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잘해서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로또복권에 희망을 거는 기분으로 내가 우리 집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 같아요.”

극구 반대하던 부모님은 민영원의 학교 졸업연극무대(‘리처드 3세’)를 보고 누그러졌다. “네가 하고 싶은 것 하는 것이 좋겠다”는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진 것.

물론 시련 끝 행복 시작은 아니었다. “오디션 계속 낙방하다 영화 ‘현의 노래’에 캐스팅이 됐는데 기쁨도 잠시, 엎어지더라고요. 사극이라 열심히 가야금까지 배우고 한복 패션쇼 좇아 다녔는데, 정말 허탈했죠. ”

그런 의미에서 ‘꽃보다 남자’ 의 미란다는 민영원이 오랜 도전 끝에 잡은 일생일대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드라마 출연 후 예전에 떨어졌던 오디션 관계자들이 연락을 주시기도 해요. 새로운 면이 보인다네요.”

물론 신인이 악역으로 각인되는 것은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미란다에 대해 생각 많이 했어요. 특별한 캐릭터라고 여겨 준비도 많이 했는데 사람들이 대놓고 욕하니까 처음에는 속상하죠. ‘연기를 못한다’는 지적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성형했다’ ‘재수없다’ 는 얘기만 들리니까 울적했죠. ”

이제는 드라마의 ‘비타민’으로 자부심을 갖기로 했단다. “착한 애들만 나오면 재미없을거에요? 그죠? ‘씹을거리’가 있는 애들이 나와야 재밌죠.”

무엇이든 해내는 ‘독한 신인’으로 불리고 싶다는 민영원이 꿈꾸는 성공의 형태도 분명하다. “하고 싶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인지도가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인물들이 있잖아요. 그런 인물들을 제가 하기 위해서 인지도를 높일거고요, 연기 잘한다는 소리도 들을거에요.”



■민영원의 열정

열정을 온도를 잴 수 있다면 이 아가씨의 열정은 한 200도쯤 될 것 같다. 펄펄 끓는 열정은 민영원의 행동이나 목소리에서도 그대로 묻어난
다. 다혈질에 감정을 숨기지 않고 답변에는 전혀 거침이 없다.

그는 가방에서 메모를 하나 꺼내 들고 다짐하듯 말을 시작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다 말 못하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메모에는 민영원이 미란다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빼곡하게 정리돼 있었다. ‘특이한 목소리 톤’, ‘얄미운 표정’, ‘다리를 옆으로 세워 예쁜척하기’, 기타 등등… “독하다”는 소리 좀 들었다는 민영원답다.

“예쁜척하기, 이거 보기보다 힘들어요. (자세를 잡으며) 옆으로 서서 배에 힘을 꽉 주고 긴장을 해야 포즈가 나오죠. 걸을 때도 예쁜척하면서 살랑 살랑 걸어야되는데 너무 급할 때는 ‘까먹고’ 그냥 척척 걷게 되요. 어느날 너무 피곤했는지 다리 모양이 완전 흐트러진 채 화면에 나왔는데 속상해서 잠도 못잤어요.”

연기 공부도 앞뒤 안 재는 ‘돌진형’이다. “한 스타일이 굳어질까 여러 선생님께 배우고 드라마 시작하면 완전 기초부터 다시 한번 다 해봐요. 욕심이 워낙 많고 승부욕도 강하거든요. 잘해야한다는 마음, 잘되야지 하는 마음은 저도 어떻게 못해요.”

그의 취미도 이런 승부욕, 근성의 단면을 보여준다. 우선 특공 무술을 벌써 2년째 연마하고 있단다. “남자와 대련해서 이겨보는게 소원이에요. 그런데 매번 져요. 남중생이랑 붙어 딱 한번 이겨본게 다네요.” 최근 ‘꽂힌’ 것은 자동차 레이싱. 서킷을 달리며 스릴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거침없이 풀어버린단다.

■프로필

▲본명:조효경
▲생년월일:1984년 1월5일
▲학력:서울예술대학교 영화전공
▲키:1m68
▲특기:특공무술, 카레이싱, 골프, 벨리댄스, 발레, 수영
▲‘꽃남’의 미녀삼총사:“처음 만났을 때는 굉장히 어색했죠. 업계가 치열한만큼 진짜 친구 사귀기 힘들거든요. 그래도 만날 붙어다녀야하는 역인만큼 빨리 친해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어요. 이젠 정말 친해졌어요. 서로의 대사를 흉내내며 장난도 많이 치고요. 현실에서도 ‘삼총사’가 돼버렸네요. 드라마가 제게 준 또 하나의 선물같아요.”
▲경력:＜TV＞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2009) KBS 드라마시티‘하늘 연인’(2007), SBS 일일드라마‘스무살’(2003) ＜CF＞ 캐리비안 베이, 서울우유, 삼양라면.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
사진=김수진 ATLAS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