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지축 울린 3·1운동, 세계 反식민주의 투쟁 선봉”

3·1운동이 올해로 90주년을 맞는다. 1919년 3월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울려퍼졌던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이 어언 1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리고 있다. 3·1운동에 대한 학계의 관련 연구는 그동안 여러 각도에서 이뤄져 왔다.

특히 최근들어 활발한 연구분야는 3·1운동의 세계사적 의의에 관한 것. 3·1운동은 같은 해 발생한 중국의 5·4운동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정도로 동북아의 지축을 울린 사건이었다. 이와 관련,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이 3월9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하는 ‘3·1운동과 1919년의 세계사적 의의’ 주제의 국제학술대회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무엇보다 90주년을 계기로 세계적 시야에서 3·1운동을 평가하는 자리. 구체적으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국제주의와 3·1운동의 연관관계를 살펴보고, 5·4운동 등 다른 나라의 민족운동 및 세계사의 흐름과 비교, 해석한다. 아울러 일본의 1919년과 다이쇼(大正) 데모크라시, 파리 베르사이유 강화체제 성립 등과도 비교, 분석할 예정이다.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주요 논문의 요지를 소개한다.

◆ 반(反)제국주의 투쟁의 선두에 서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주의 노선, 그 물결을 되돌려 놓으려는 투쟁의 대표적 거사가 바로 3·1운동이다.” 김희곤 안동대 교수는 발표문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세계사적 의의’를 통해 제국주의가 식민지 쟁탈전을 벌이면서 성난 파도처럼 세계를 집어삼키던 시기에, 그를 비판하고 막아서는 흐름의 선두에 선 것이 3·1운동이라고 강조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3·1운동은 몇 가지 면에서 독특한 성격을 띠고 있다. 우선, 독립선언문을 통해 제국주의와 패권주의의 잘못을 지적하고, 인도주의를 내세워 인류가 평화공존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독립의 당위성만이 아니라 인류가 지향해야 할 범세계적인 이상과 지향점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3·1운동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태동시켜 세계사적으로도 유례없는 정부조직체 중심의 반식민 투쟁을 전개하는 원동력이 됐다. 김 교수는 “식민지 해방투쟁에서 정부조직체를 중심으로 전개한 나라는 흔치 않다”며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4월부터 1945년 해방을 맞을 때까지 무려 26년4개월을 유지하면서 독립운동을 펼쳐나갔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한국은 세계 식민지 가운데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달성하기 위한 투쟁 대열의 맨 앞에 섰고, 독립운동을 통해 근대화를 일궈가는 모범적인 과정을 보였다”고 밝힌다.

◆ 3·1운동, 중국 5·4운동의 기폭제가 되다 = 겅윈즈(耿雲志)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연구원은 ‘3·1운동은 중국 인민 특히 중국 청년들을 크게 고무시켰으며, 당시 중국 진보언론의 열렬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말한다.

겅 연구원은 “3·1운동과 5·4운동은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며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우선, 두 사건은 동일한 시대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것. 1918년 1차 대전이 종식되면서 세계적으로 민족해방운동이 고조되는 가운데 두 사건은 민족독립과 건국이라는 목표를 쟁취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또한 두 사건은 모두 각성한 청년 학생들이 선봉에 섰으며, 일본제국주의라는 동일한 적에 맞서 싸웠다.

겅 연구원은 “이러한 내재적 연관성 때문에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민족독립과 건국을 쟁취하기 위한 양국 인민의 투쟁은 줄곧 서로 지원을 받게 됐다”면서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의 진보적인 당파와 인민들, 특히 5·4운동의 세례를 받은 청년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원조를 받았으며 독립운동가들의 반일 투쟁 역시 일본침략에 맞선 중국 인민의 저항 투쟁을 지원했다”고 지적한다.

◆ 기타 = 이밖에도 학술대회에선 토머스 녹 미국 서던 메소디스트대 교수의 ‘우드로 윌슨의 국제주의 어제와 오늘, 1919~2009’, 마쓰오 다카요시(松尾尊兌) 일본 교토(京都)대 명예교수의 ‘일본의 1919년과 다이쇼 데모크라시’, 김용구 한림대 한림과학원장의 ‘베르사이유 강화체제 성립과 한국’ 등이 발표된다. 이들은 모두 1919년 세계 1차대전이 종결된 직후 새로운 세계질서가 성립되는 과정에서 3·1운동과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발표할 계획이다.

동북아역사재단 주최의 학술대회 이외에도 한국근현대사학회가 2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3·1운동의 세계사적 맥락과 해외 한인사회’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천도교종학대학원도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3·1독립운동의 역사적 재조명’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3·1운동 90주년을 맞아 곳곳에서 열띤 학술 토론이 벌어질 예정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