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AM7]‘꿈의 렌트’ 에서 ‘천국과 지옥’ 오갔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김수진 ATLASPRESS

지난달 27일. 1월9일 개막해 두 달 가까이 공연 중인 뮤지컬 ‘렌트’(29일까지 한전아트센터)무대. 갸냘픈 몸매의 여배우가 강렬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어잡는다. 양성애자인 행위예술가 모린 역을 맡은 최혜진(21)이다. 그는 당당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모린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내 주목 받고 있다. 최혜진은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렌트’에서 변호사 조앤의 동성 커플인 모린 역을 맡아 그동안 다른 배우들이 보여준 모습과는 차별화된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평을 얻었다. ‘렌트’는 지난 199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형 뮤지컬로 국내에서는 6번째 공연이다.

이날 공연이 끝난 후 AM7과 만난 최혜진은 공연 때 보여준 열정적인 모습 그대로 인터뷰에 응했다.그는 우여곡절 끝에 이번 공연에 참가하게 됐다.

“오디션 총 지원자가 700명이었어요. 그 중 18명이 뽑혔죠. 저는 처음 댄서 미미 역을 지원했다 2차에서 탈락했어요.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떨어져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그런데 한번 더 오디션을 보자는 연락이 왔어요. 미미 역과 모린 역을 커버(주연 배우가 자리를 비울 때 대신 투입되는 대역 배우)할 수 있겠냐고 물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다 두번째 오디션에서 모린 역을 단독으로 맡게 됐죠. 계약하러 오라는 말을 듣고 믿어지지 않았어요.”

어렵게 합격했지만 연습기간은 고통 그 자체였다. 또 계속 반복되는 공연도 신인 배우가 감당하기에는 힘든 과정이다.

“연습 때 매일 혼났어요. 처음에 모린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대본에도 서브 텍스트가 전혀 없고 그냥 치고 나가야 되는 캐릭터예요. 그러다 ‘내 느낌대로 모린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캐릭터를 구축했어요. 그렇게 힘들게 연습을 하다 무대에 오르니 고통이 사라지고 자유로워졌어요. 이제는 모린의 삶을 즐기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매일 공연이 끝나면 ‘오늘도 끝났구나’하는 생각에 눈물이 나요.”

공연 중 모린이 엉덩이를 까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이 장면을 과감하게 표현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배신한 친구에게 보여주는 장면인데 연습 때는 시늉만 하다 공연 때 진짜로 하니까 민망하더라고요. 엄마가 그 장면 보고 너무 많이 내리는 것 같다고 조금만 내리라고 했어요.(웃음) 배우를 시작하며 ‘노출은 절대 안돼’라고 생각했는데 하다보니까 의미가 있다면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최혜진은 어린시절 부터 가수의 꿈을 키워왔다. 그러다 기획사에 들어갔지만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못했고, 대학에서 뮤지컬사 수업 때 ‘렌트’에 반해 오디션에 참가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SES에 빠져 살았어요. 그때부터 가수가 되려고 방송안무와 걸스힙합, 재즈댄스 등을 배웠어요. 중학교 때 캐나다로 유학가서 보컬재즈와 합창도 했고요. 귀국해서 연기자 선발대회에 나갔는데 작곡자 한 분을 만나서 기획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근데 그 회사가 음반 쪽 사업을 접어서, 그만두고 나왔어요. ‘렌트’는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오디션이 있어서 무조건 찾아갔어요.”

아역으로 뮤지컬에 출연한 경력이 궁금해서 물었더니 “배우 김성녀씨가 큰 이모”라고 밝혔다.

“이모 얘기는 처음 하는 거예요. 이모가 유명 배우라서 도움을 받는 건 싫거든요. 제 길은 제가 뚫어야죠. 일곱살 때 큰 이모 딸인 손지원 언니 예고 공연 무대에 올랐는데 그걸 보시고 이모부(연극연출가 손진책)가 뮤지컬에 출연시켜 줬어요. 중학교 들어가서는 엄마가 공부하라고 연기를 못하게 했어요. 중1 때는 전교 1등을 했거든요(웃음).”

“잘 버텨내고 있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공연 소감을 밝힌 최혜진은 “앞으로 많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가수의 꿈은 아직 접지 않았어요. 지금도 계속 알아보고 있고요. 또 영화와 드라마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가 의미있게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뭐든지 최선을 다할 자신이 있어요.”

김구철기자 kckim@munhwa.com

#‘배우 최혜진’의 장점

최혜진은 배우가 갖춰야할 다양한 장점들을 지녔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표현할 줄 알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용기도 가졌다. 또 마른 몸매로 연약해 보이지만 두 달 동안 단 한번도 빠짐없이 공연을 소화해냈을 정도로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도 겸비했다. 2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내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열정도 그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장점들을 잘 알고 있었다.

#진정성
“제 입으로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제가 가진 최대 장점은 진심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거예요. 겉만 번지르하게 보여주면 더 빠르게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연기든 노래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정성을 담아내면 나중에 굳건해 질 수 있다고 믿어요.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 거예요.”

#도전정신
“모험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은 무조건 했어요. 제가 원하는 게 있으면 당장 어려워 보여도 도전을 해야 직성이 풀려요. 쉬운 것만 하다 보면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할 것 같아요. ‘렌트’는 정말 의미 있는 도전이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

#체력“제가 겉보기에는 약해보여도 강단이 있어요(웃음). 지금까지 잔병치레 한 번 안했는데 외모 때문에 약해보이나봐요. 저는 제 체력을 믿는데 남들이 안 믿어줘요(웃음). 감독님도 매일 많이 먹고 살 좀 찌우라고 하거든요. 이번 공연을 하면서 제 체력에 더욱 믿음이 가요. 물론 정신력으로 버틴 부분도 있죠.”

■프로필
▲생년월일:1988년4월11일
▲학력:명지대학교 영화뮤지컬학과 3학년 재학중
▲키:1m65
▲몸무게:45㎏
▲취미:“시간 날 때마다 책을 봐요. 감성적인 소설을 좋아하고, 심리학 관련 책들과 연예계 유명인사가 쓴 책도 읽어요. 최근에는 박진영씨가 쓴 ‘미안해’를 읽었어요.”
▲특기:“영어 회화가 가능해요. 중2 때 캐나다로 유학가서 2년 정도 공부했거든요. 고1 때 돌아왔는데 학기가 맞지 않아서 검정고시를 보고 1년 일찍 대학에 진학했어요”
▲이상형:“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남자요. 지금 군복무 중인 남자친구가 그런 친구예요(웃음).”
▲경력:＜뮤지컬＞ ‘하늘에서 땅에서’(견우직녀 딸 역·1995), ‘하늘에서 땅에서’(견우직녀 아들 역·1996), ‘패임’(카르멘 역·예술의 전당 H―art 야외공연·2008), ‘렌트’(모린 역). ＜OST＞KBS 2TV 드라마 ‘황진이’ 중 ‘그대보세요’ ‘해어화’(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