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클리닉 이병주 원장의 성(性)노크>‘알아서 잘하겠지’ 떠넘기지 말고 남편에게 몸과 말로 감정 표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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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넌 왜 그렇게 공부를 못하니?” 하며 야단만 치면 어떻게 될까? 아이는 기가 죽고 주눅이 들겠지만 야단을 맞았다고 성적이 좋아지진 않는다. 야단치며 다그치기보단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뭐가 문제인지 파악해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줘야 성적이 오를 수 있다.

침실에서 남편의 무능(?)을 문제 삼은 부부가 내원했다. “남편은 애무할 때 가슴은 아프게 만지고 다른 부위는 간지럽게 해서 제대로 흥분을 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음핵이 어딘지도 몰라요. 무슨 남자가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요. 남자라면 그 정도는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자 남편은 “아내는 가슴을 애무하면 아프다고 탁 쳐내고, 다른 부위는 간지럽다고 싫어하고, 성기에 손이 가면 거기가 아니라며 화를 내요. 이렇게 해도 불만, 저렇게 해도 불만이니 이제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남자로서 무력감마저 느낀다고 했다.

이 사례에서 아내는 결혼 전에 만났던 남자들이 성관계에서만큼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다 해주었기 때문에 남자들은 모두 성관계를 잘 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은 그렇지가 않으니 무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남자라고 모두 섹스전문가는 아니다. 알아서 잘 하는 남자들도 처음부터 잘 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애쓰고 노력한 끝에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라도 경험이 부족하면 서툴 수밖에 없다.

자기 몸의 어디를 만지면 좋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는 자기가 제일 잘 안다. 상대방은 자신의 반응을 보고 짐작할 뿐이다. 그러니 어디가 좋고 나쁜지를 말로 몸으로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애무가 불만족스러우면 자기 손으로 애무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간지러우면 남편의 손을 살짝 떼서 옮기고, 성감대를 못 찾을 때는 그 부위에 직접 가져다주는 것이 좋다. 또 좋으면 가만히 있지 말고 좋다는 신음소리를 내서 자신의 반응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섹스 후에는 얘기를 나누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의견을 교환해야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부부 사이에서조차 섹스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꺼려한다. 쑥스러워하고 부끄러워하고, 밝히는 것처럼 보일까 봐 쉬쉬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지 않고 덮어두기만 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족스럽지 못한 성관계를 참고만 있으면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부부 사이의 성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당사자들뿐이다.

아내는 ‘남자니까 알아서 하겠지’라며 남편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입 꾹 다물고 있는 사람의 속을 알지 못하듯 각자 다른 성감대를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남편은 아내가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싫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기분나빠하지 말고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성관계 후에 “당신, 이렇게 할 때 흥분하는 것 같던데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좋겠어?”라고 먼저 얘기를 꺼낸다면 서로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열심히 하는 것 못지않게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성관계에서의 좋은 스승은 다름 아닌 배우자이다.

성클리닉 flower@flower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