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로 무너지는 노무현 사람들

지난해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와 후원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금품수수와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후에도 전 정권 ‘비리’에 대한 검찰의 사정 칼끝은 계속되고 있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13일 구속됐고,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된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는데다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이광재 민주당 의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 ‘노무현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의 사정 강도가 갈수록 강해짐에 따라 노 전 대통령측과 민주당도 ‘보복 사정’ ‘표적 사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가 이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이 전 수석을 구속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대검 중수부는 여세를 몰아 박연차 회장이 여야 정치인을 망라해 정치자금을 건넨 의혹을 수사하고 있고, 대전지검 특수부는 강 회장과 안 최고위원에 대해 각각 횡령·배임 의혹과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대검은 지난 2개월여 동안 박 회장과 가족, 태광실업 및 계열사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벌인 데 이어 정·관계 ‘마당발’로 통하던 박 회장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해 수사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 정치인 20여명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가 실체를 드러낼지에 최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박 회장을 14일 불러내 계좌추적 결과 등을 바탕으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회장의 ‘입’을 열기 위해 그를 압박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준비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100억원대의 회사돈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강 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도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검찰은 다음주쯤 강 회장을 소환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며, 곧바로 강 회장이 지난 2005년부터 안 최고위원에게 수억원의 정치자금을 건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노 전 대통령 자신도 재임 시절 대통령기록물 유출 의혹과 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유족이 제기한 명예훼손 고소 사건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와 형사1부는 조만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 및 방식을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