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정대근에 250만달러 줬다

박연차(64) 태광실업 회장이 정대근(65·수감중)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2007년 6월 250만달러(약 36억원)를 건넨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박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이 정·관계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또 정 전 회장 외에도 수십명의 정·관계 인사들에게 박 회장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 이번 주말부터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세간에 떠돌던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의 폭풍이 정·관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16일 박 회장이 지난 2007년 6월 홍콩 계좌를 통해 정 전 회장의 친척 명의 계좌로 250만달러를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건네받은 돈 가운데 150만달러를 정 전 회장의 아들(38)이 2008년 6월 홍콩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나머지 100만달러의 사용처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 확인한 해외 비자금은 지난해 박 회장의 탈세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서 2006년 2월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건넸다 다시 되돌려받은 20억원과는 별개의 자금이며, 모두 달러로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 5일 정 전 회장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의 친척 명의로 구입한 홍콩 아파트의 등기부등본 등을 압수했으며, 이날 정 전 회장의 아들을 긴급체포해 조사한 뒤 석방했다. 검찰은 홍콩 아파트 구입을 정 전 회장의 아들이 정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구입한데다 등기부등본 등이 자택에서 발견된 만큼 홍콩의 아파트를 정 전 회장의 재산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과 박 회장에 대해서는 뇌물 수수와 공여 혐의로 추가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태광실업의 홍콩 현지 법인인 APC를 통해 박 회장이 배당받은 685억원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 중 일부가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박 회장과 박 회장의 딸들을 수차례 불러 정·관계로 돈이 흘러갔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장석범기자